루틴(Routine)은 루틴끼리 통한다!
올 4월부터 매일 10km씩 달리기 시작했다.
100일 동안만 해보자고 무작정 시작한 것이 어느덧 9월이 됐고, 이젠 매일 아침 빠질 수 없는 루틴 (Routine)이 돼버렸다. 매일 달리면서 발견한 세 가지를 공유해본다.
아침 일찍 운동을 나가면서, '혹시, 나 밖에 없는 것 아냐'하는 쓸데없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렇다, 정말 쓸데없는 생각이다. 놀랍게도, 이른 아침 운동하는 사람이 정말 많다. 나처럼 조깅하는 사람 말고도, 강아지 운동시키는 사람, 자전거 타는 사람, 산책하는 사람 등등.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의 이유로 아침시간을 분주히 보내고 있다. 심지어 이미 운동을 마치고 돌아오는 사람들도 있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부지런한 사람들은 어디나 있기 마련이다. 그래도 가장 일찍 일어나 분주한 것은 동물들일 것이다. 트레일(trail)을 달리다 보면, 거미들이 나뭇가지와 꽃들 사이로 멋지게 거미줄을 쳐놓고 아침식사를 기다리고 있고, 토끼들은 숲 풀들 사이로 깡충깡충 뛰어다니느라 분주하다. 새들도 드넓은 하늘을 몇 바퀴나 돌았는지 모를 것이다. 그렇다. 그냥 나만 부지런하면 될 일이다.
참 재밌는 게, 아침에 달리면서 늘 만나는 사람은, 늘 같은 코스에서 만난다. 뛰기 전 입구에서 준비운동을 할 때쯤이면, 중국 할아버지가 이미 산책을 마치고 나오고 계신다. 옆구리에 찬 조그마한 라디오에서 중국 음악이 멀리서부터 들려오면, 역시나 그 할아버지다. 이 분은 대체 몇 시에 나오신 것일까? 1/3 지점 정도 뛰면, 물탱크를 지나게 된다. 이곳에서 만나는 파란 중절모를 쓴 인도 아저씨는 월수금은 혼자, 화목은 아내와 함께 지나간다. 이쯤이면 내 관찰력도 참 대단하다. 마지막 오르막길을 오를 때면, 검은색 푸들과 함께 걷는 아저씨가 지나간다. 반대편 입구에서부터 출발하셔서, 내가 5km 반환점에 다다를 때쯤이면 만난다. 매일 만나다 보니 푸들이 먼저 나를 반긴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매일 산책 나오시는 한국인 아저씨, 아주머니 부부도 있다. 30분이나 운전해서 매일 오신다고 하셨다. 요즘 날씨가 더워, 운동시간을 1시간 앞당기셔서 아쉽게도 최근에는 못 만나고 있다. 늘 같은 시간대 만나는 사람들을 보면, 반갑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다.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루틴(Routine)이 있고, 서로의 루틴에 교집합이 생기는 것도 참 재밌고 반가운 일이다.
매일 뛰다 보면, 운동을 처음 나온 사람인지, 최근에 시작한 사람인지, 또는 매일 오는 사람인지 한눈에 구분할 수 있다. 바로 몸에 지닌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매일 조깅하거나 산책하는 사람들은 지닌 것이 많지 않다. 가볍게 움직일 준비가 돼있다. 나도 처음에 조깅을 시작했을 때, 백팩에 물, 사과, 물티슈, 선크림 등 이것저것 넣고 다녔다. 손목에 차는 시간/거리 재는 스포츠 시계까지 장착하고 나름 폼나게 뛰었다. 그런데,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코스를 달리다 보니, 이 모든 게 필요 없어졌다. 허리에 차는 운동 벨트에 자동차 열쇠, 핸드폰만 넣는다. 바람이 통하는 구멍 숭숭 뚫린 모자와 땀에 흘러내리지 않는 스포츠 선글라스, 그리고 이어폰 (Airpods)만 있으면 된다. 한껏 멋을 내고 온 사람들이나 (심지어 진한 향수를 뿌리 온 사람도 있다), 친구들과 우르르 나온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처음 나온 사람들인 경우가 많다. 무엇이듯 꾸준히 지속하려면, 몸과 마음을 가볍게 하는 것이 방법인 것 같다.
요즘 캘리포니아 날씨가 매우 덥다.
햇볕이 뜨거운 9-10월에는 1시간 일찍 나가서 뛰고 오려고 한다.
이제 내게 새로운 루틴이 생기게 되는 셈이다. 새롭게 만날 반가운 사람들과, 눈 앞에 펼쳐질 새로운 풍경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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