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켈리랜드 Feb 03. 2021

왜 우리 집 수건은 호텔 수건 같지 않지?

한번 하면 잘하는 것보다, 매일을 꾸준히 사는 것이 더 중요한 이유

청소를 한번 했다 하면 광이 번쩍거리고, 바닥에 윤기가 좔좔 흐른다. 평소에 하지 않던 냉장고 서랍 구석부터, 수도꼭지에 찌든 때까지 말끔하게 닦아 낸다. 물걸레로 먼지가 잔뜩 쌓인 창턱을 닦을 때면, 물길을 따라 고속도로가 뚫리는 것 같다. 그렇게, 하루 종일 쓸고 닦다 보니, 어느새 온몸은 녹초가 돼버렸다. 마룻바닥에 대자로 누워 뿌듯한 하루를 흐뭇하게 자화자찬해본다. “거봐, 내가 한번 하면 끝내준다니까! 이렇게 좋은걸 평소엔 왜 안 하고 살았데?” 옆에서 지켜보던 동생이 한마디 한다. “한 번은 누구나 하지. 그걸 매일 해야 한다고 생각해봐”




순간 동생의 한마디에서 깨달음이 느껴졌다. 그렇다. 매일 이렇게 하라고 하면, 절대 못할 일이다. 하지만, 만약 당신이 청소를 일 년에 한 번만 해도 된다면, 침대도 화장실 수건도 오성급 호텔처럼 멋지게 각 잡아서 정리해 놓고 싶어 질 것이다. 음식도 뷔페처럼 상다리 부러지게 차려놓고 말이다. 일 년 치 에너지를 하루에 몰아서 쓰면 되니, 못할 것도 없을 것이다. 이런 사람일수록 대게 한번 했다면 잘하지 않던가! 맘만 먹으면 말이다.



가끔 한번 하는 사람은, 매일 하는 사람의 수고로움을 간과하기 쉬운 것 같다. 음식 만들기, 설거지, 빨래하기와 같은 가사 일은 매일, 끝도 없이 반복해야 하는 일이다. 그래서 가사 ‘노동’이라고 하지 않던가. 이에 대해, ‘정성이 부족한 것 아냐? 이왕 하는 것 좀 더 잘하면 좋잖아’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잠시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면 어떨까?


당신이 최선을 다해 어쩌다 한번 마라톤 풀코스를 완수했다고 하자. 평소에 안 해서 그렇지, 한번 했다면 잘하는 당신이니, 그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마라톤 풀코스를 매일 완수해야만 한다면, 그건 더 이상 운동이 아니라 강도 높은 노동이 되는 것이다. 당신이 해야 할 일이 매일 해야만 하는 일이라면, 그 일을 어쩌다 한번 최선을 다한 사람의 완벽성과 높은 기대치를 요구해서는 안된다.


매일 같은 일을 반복해야 하는 사람은 이미 알고 있다. 그렇게 하면 매일 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매일 마라톤을 하듯 모든 시간과 에너지를 모두 쏟아붓는 것이 아니라, 동네 한 바퀴를 돌 수 있을 정도의 시간과 에너지를 쓰는 것이다. 그래서, 가능한 오래도록 일정 수준을 유지하며 그 일을 완수할 수 있도록 말이다.




그래서, 어쩌다 한번 하는 사람이, 매일 그런 일들을 묵묵히 해내는, 또는 해야만 하는 사람에게, ‘왜 우리 집 수건은 호텔 수건 같지 않지?’라고 불만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집안 구석구석에 쌓인 먼지는, 오히려 하루하루를 묵묵히 살아내던, 그 사람의 피곤함과 수고로움의 무게였을지도 모른다. 한번 하면 잘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매일을 꾸준히 사는 것일 테니까.

작가의 이전글 나는 아이돌의 '칼군무'가 불편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