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쨈맛캔디 Apr 11. 2021

쫄지 않는다: 원서리딩에 자신감이 생기다

한글책을 읽으면, 단숨에 수십 페이지를 휙휙 넘겨가며, 많은 힘을 들이지 않아도 읽을 수 있다. 엎드려서 읽을 수도 있고, 소파에 반쯤 누워서도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영어 원서 리딩을 할 때는 나도 모르게 경직되고는 한다. ‘영어 = 공부, 시험’이라는 생각에 쉬는 시간까지 일부러 찾아서 읽고 싶지 않기도 했다. 빼곡하게 적힌 단어들과, 군데군데 지뢰처럼 도사리고 있는 모르는 단어들, 게다가 좋지 않은 책 재질까지... 도대체 정을 붙이려고 해도 시작부터 의욕을 떨어뜨려버린다. 


일단 자신감이 없는 게 원서를 읽는 데 큰 장애였다. 1-2페이지 읽다가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예전 시험공부하듯이 단어 찾고 정리하다가 지쳐버리고, 몇 번 반복되다 보면 20분도 채 지나지 않아 포기해버린다. ‘나도 할 수 있다!’라고 생각해보지만, 몇 달, 아니 몇 년이 가도 실상 한 권도 제대로 완독 하지 못하게 됐고, 어떠한 작은 성취의 기쁨도 느끼지 못했다. 


한국에서 영풍문고나 교보문고와 같은 대형서점에 가는 것이 하나의 낙이였다. ‘우와! 이번에는 이 책이 베스트셀러네!’ ‘이 책 제목 정말 잘 이었네’ ‘오호! 이 작가가 새책이 나왔네?!’ 하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이미 읽은 책은 옛 친구를 만난 것 같이 반가웠고, 새로운 책을 발견하게 되면 이미 읽은 것 마냥 신이 났다. 계산대에 여러 권 잔뜩 가져와 구매할 때면, 마치 보물이라도 건진 것 마냥 기분이 좋았었다. 


하지만, 미국에서 대형서점인 ‘반즈 앤 노블’에 갈 때면, 이러한 즐거움을 느끼지 못했다. 영어 원서로 읽은 책들이 거의 없고, 친숙하지 않다 보니, 책 제목들도 한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베스트셀러에 전시된 책들도 잘 알지 못하니 요란한 광고 전단지처럼 의미 없는 이미지로 느껴졌다. 여러 번 방문하면 친숙해지려나 했지만, 책과 내가 공유했던 경험과 추억이 없으니, 서점에 가도 어떠한 감흥도 감동도 느끼지 못했다. 결국 원서를 읽지 않으면, 서점이란 공간도 내겐 공허함을 줄 뿐이었다. 아니, 오히려 초라한 나를 재확인시켜주는 것 같아 더욱 주눅 들게 만들었다. 


미국의 오프라인 대형서점, 반즈 앤 노블 (Barnes & Noble)


하지만, 원서 낭독 북클럽을 시작하면서, 원서를 한 권씩 완독 해가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북클럽 멤버들과 함께 한 권 한 권 완독 하면서 점점 자신감이 생겼다. 벌써 30권이 넘는 책을 읽고 있다니 놀라운 일이다.  가장 큰 소득은 쫄지 않는 자신감을 얻게 됐다는 것이다. 


예전엔 두껍고, 깨알 문자 가득한 원서를 보면, 감히 시작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그동안 『Sapiens, 사피엔스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 역사의 대담하고 위대한 질문) 』나 『Homoe Deus, 호모 데우스 (미래의 역사)』처럼 두꺼운 책도 완독 했다. 마친 후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막상 읽어보면 오히려 두꺼운 책들이 친절하고 쉽게 설명이 잘 되어 있어, 오히려 읽기 수월했다. 


온라인 원서 북클럽 덕분에 이제 영어 원서를 보면, 일단 쫄지 않고 맞닥뜨릴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 아무리 작고 빽빽하게 가득 찬 영어 페이지도 이제 더 이상 쫄지 않는다! 

이전 08화 다양성의 힘: 낯선 영역으로의 과감한 초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