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독 북클럽을 통해 다양한 책을 접할 수 있다는 것도 좋다. 사람은 변화를 싫어하고 낯선 것에 거부감이 있기 마련이다. 나 같은 경우는 소설이나 자기 계발 서적은 좋아하지만, 경제, 과학이나 미술책은 쉽게 손이 가지 않았다.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데, 책 리스트를 정리해보니 장르의 쏠림 현상이 심했다.
북클럽에서 한 권을 완독 후에, 돌아가면서 다음 책을 정하기로 했다. 멤버 중 한 분이 < 서양미술사, The Story of Art >를 추천하셨다. 미술에 대해서는 무지했기에 나에겐 새롭고도 낯선 영역이었다. 제목과 달리 미술의 역사를 나열한 책이 아니라, 유명한 작품들을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듯 친근하고 재밌게 풀어나갔다. 이해를 돕기 위한 삽화들은 정말 놀랍도록 정교한 건축, 한 번은 봤을법한 유명한 그림들, 정말 돌로 조각한 것으로 믿기지 않는 부드러운 곡선의 동상 등,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감탄사를 연발하게 만들었다.
실제로 이 책은 예술 대중화에 기여했다는 높은 평가를 받는 글로벌 스테디셀러다. 완독 후, 작가의 통찰력과 예술의 매력에 반해, 하드커버를 소장용으로 별도 주문했던 기억이 난다. 나중에 아이들도 꼭 읽었으면 싶을 인생 책이 됐다. 만약, 낭독 북클럽 멤버의 추천이 없었더라면, 혼자서는 엄두도 못 냈을 것이다. 좁았던 시야가 넓어진 느낌이다.
< 지리의 힘, Prisoners of Geography > 책을 접했을 때는, 고등학교 졸업한 이후, 세계 지도를 이렇게 자세히 본 적이 있을까 싶다. 원서 제목이 훨씬 책 내용을 잘 반영하는 것 같다. 역사적으로 침략을 받을 수밖에 없는 지정학적 위치에 있는 국가들, 거대한 산맥에 둘러싸인 운명으로 어떤 대륙은 발전을 이루고, 또 다른 대륙은 고립되는 삶을 살기도 한다. 세계사의 오랜 침략과 분쟁, 발전과 진화를 지리적 관점에서 풀어낸 탁월한 책이다. 각 챕터가 미국, 중국, 러시아 등 국가별로 되어 있어서, 이 책을 돌아가면서 낭독할 때는 마치 CNN 특파원이 된 듯한 기분이었다.
이밖에도 처음으로 미국 하이틴 로맨스 소설 <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To All the Boys I’ve Loved Before >도 원서로 읽어볼 수 있었다. 처음에는 유치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오랜만에 죽어있던 연애세포가 살아난 듯 푹 빠져서 읽었다. 한국에서 < 응답하라 > 드라마 시리즈를 정말 재밌게 봤는데, 미국 하이틴 소설도 배경만 바뀌었지 공식은 비슷하다. 학교 킹카가 평범한 여주인공을 좋아하고, 삼각관계가 되어 얽히고설키고, 빠질 수 없는 심쿵한 로맨스까지. 미국 고등학교로 배경만 바뀌었지, 시대와 공간을 넘어 하이틴 로맨스의 공식은 어디든 통하는 것 같다. 북클럽 멤버들과 읽으면서, 남자 주인공의 쿨하고 멋진 모습에 ‘까약!’ 소리도 질러가고, 알콩달콩한 로맨스 장면에서는 얼굴도 살짝 붉어져가며, 감정 이입해가며 정말 즐겁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돌이켜보면, 함께였기 때문에 가능한 것 같다. 낯선 영역으로 한 발짝 들여놓기가 내 삶을 더 풍성하고 신선하게 만들어준 것 같다. 올해는 경제 서적뿐 아니라, 과학서적도 많이 읽고 싶다. 함께 하면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