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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켈리랜드 Apr 11. 2021

책이 더 재밌어지다: 영상을 뛰어넘는 상상의 세계

유명한 원서는 이미 드라마나 영화로 제작된 작품들이 많이 있다. 우리 방에서 읽은 책들 중에도, 책 보다 영화 작품으로 먼저 접한 경우도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책으로 먼저 읽은 후, 영화를 본 경우 대부분 실망하게 됐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상상했던, 내가 감동받았던 디테일들이 영화에서는 시간이나 공간의 제약으로 다뤄지지 않거나, 형편없이 묘사되고는 했다. 중요한 에피소드라 생각했던 부분이 아예 빠져 다뤄지지 않기도 했고, 심리묘사가 빠르게 지나가 충분한 감동을 주기 부족했다. 만약, 책을 먼저 읽지 않았다면, 재밌게 보고 끝났을 영화 한 편이었을 텐데 말이다. 


한 예로, 1995년도쯤에 한국에서도 엄청난 인기를 끈 <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The Bridges Of Madison County >를, 뒤늦게야 원서로 접했다. 가정이 있는 주부와 중년 남성의 사랑을 다룬 불륜 로맨스 정도로 을 알고 있었는데, 읽어보니 그토록 아름답고 가슴 시린 사랑이야기일 줄이야! 프란체스카가 전 세계를 떠돌며 사진을 찍는 로버트와 겪게 되는 단 4일간의 사랑이 너무나 애달프고 기적처럼 느껴졌다. 


로버트와 프란체스카가 서로 호기심을 느끼고 가까워지는 모습에 나도 같이 설레었다. 평생에 단 한번 느끼는 확실한 감정, 그 사랑을 평생 가슴에 담고 살아가는 두 사람의 이야기에서 저절로 눈물이 나왔다.  

감정 하나하나가 너무나 섬세하게 묘사되어 있었고, 둘의 애잔한 사랑이야기가 마치 촉촉한 카스테라 처럼 달콤하고 부드럽게 전달되었다. 


베스트셀러의 인기에 힘입어, 영화 <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 도 꽤 성공했다. 이름만 들어도 믿고 보는 배우인 메릴 스트립과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등장만으로도 화제가 된 작품이었다. 책의 감동이 영상에서 어떻게 다뤄졌는지 너무 궁금했다. 원서 완독 후, 설레는 마음으로 영화를 시청했다. 그런데, 이게 어쩐 일인가. 나의 심장을 두 근 반 세근반 쿵쾅거리게 만들었던, 프란체스카와 로버트의 로맨스는 이게 아니었다. 분명 영화는 잘 만들었고 연기도 훌륭했지만, 내가 책을 읽으면서 만들어낸, 나와 주인공과의 세계를 표현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좌)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영화/ (우) 원서 책


대부분 아무리 잘 만든 영화나 드라마이더라도, 원작이 주는 감동을 넘어서기 힘들다는 말을 실감했다. < 찰리와 초콜릿 공장, Charlie and the Chocolate Factory >, < 아름다운 아이, Wonder >, < 마틸다, Matilda >, <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To all the boys I've loved before > < 해리포터, Harry Porter > 등 원서를 읽은 후 접하는 영화는 책에서 느껴지는 감동을 따라올 수 없었다. 


하지만, 원서를 완독 한 후, 영화로 나와있는 작품은 일부러라도 꼭 찾아서 보는 버릇이 생겼다. 내가 상상했던 모습을 어떻게 구현해냈는지 비교하는 재미가 쏠쏠했기 때문이다. ‘아! 저기는 이렇게 묘사되면 더 좋았을 텐데’  ‘어라! 스토리를 완전히 바꿔놨네’ 하면서 숨은 그림 찾기 하듯, 더욱 적극적으로 감상하게 됐다. 


원작 책이 주는 감동이 메인 요리라면, 영화나 드라마는 디저트인 셈이다. 반대로 소화할 경우, 메인 요리의 풍부한 감동을 헤칠 수 있기에, 언제부턴가 원작이 있는 작품은 반드시 원서로 먼저 읽게 됐다. 책에는 주인공이 고민하는 모습이나 갈등하는 모습이 치밀하고 탄탄하게 묘사되어 있고, 내가 조금 더 머무르고 싶으면 천천히 읽어나가거나, 몇 번씩 다시 읽어도 된다. 그렇게 내 호흡에 맞춰 이야기 전개를 소화시켜나가고 풀어나가면서, 주인공과 더 깊고 오래 호흡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그렇다 보니, 어느새 영화보다 책이 더 재밌어졌다. 이런 변화가 참 놀랍고 신기하다. 원서 낭독 북클럽이 아니었으면, 경험해보지 못했을 소중한 깨달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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