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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 별 Nov 12. 2020

MZ세대는 참을성이 없다

반품 항목: 참아서 만든 사회의 악질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조명 꺼진 벽에 기대어 팔짱 끼고 편하게 후배들을 바라보고 있는 인물이 아닌,

사방이 트여있는 무대에서 떨리고 어색해도 조명 아래서 생동감 있는 시간들을 원했다.


그러나 이번 무대는 나에게 너무나 외롭고 지탱할 곳 하나 없는 자리였다.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 같이 불편하고 답답했다.




번쩍 거리는 건물에서 젊고 똑똑하고 개성 강한 친구들은 자기 목소리를 내기에 바빴고, 조직문화의 명목으로 만들어진 여러 시스템은 되려 일의 집중을 방해하는 빈 깡통 같은 소리들로 가득했다.


아직 자리 잡히지 않은 체계를 탓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회사들이 멀리서 보면 그럴듯해도 들어가면 어디에나 구멍이 있기 마련이고 그건 구성원들이 만들어가면 된다.


그러나 효율을 버리고 내 시간과 몸을 깎으며 일하는 친구들 틈에서 나는 몇 주 뒤, 몇 달 뒤의 내 모습을 그곳에 3D 애니메이션처럼 상상하여 그려넣어 보았다. 적응되었을까? 어울릴까? 자연스러워 보일까? 녹아들었을까?




결론은 ‘아니다’였다. 어느 회사든 사람이 못하는 일을 시키는 곳은 없다. 그러나 나는 일다운 일을 시키는 회사를 원했다. 그리고 첫날부터 나는 내가 지원한 파트가 아닌 다른 파트에 배정되었다.


물론 인사팀과 팀 리드에게 왜냐고 물었지만 내가 이쪽에 더 적합할 것 같아서 라는 시크한 대답에 무척이나 당혹스러웠다. 기존 경력을 내치고 나름 큰 결심을 한 사람에게는 가다가 돌 뿌리에 걸려 넘어질 만큼 아찔한 순간이었다. 돌은 원래 그곳에 있었고 또 말이 없으니 걸린 내가 잘못일까?


어렵게 결정한 이직에 쉽게 포기하고 싶지 않았기에 참았고, 참고 있었고, 참으려 하였으나

몸이 거짓말을 하지 못하였다. 식욕을 없애고

온 몸에 힘이 다빠지고 감정이 예민해지는 반항을 하기 시작한다.


삶이 가치 없어 보이는 지경에 이르렀다.

참음을 멈춰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4주 차 이틀째 날이었다.

그렇게 퇴사를 지르고 만다.




MZ세대가 참을성이 없다고 말한다. 진짜 힘든 거 안 해봐서, 부모님이 오냐오냐 키워서 버틸 줄 모른다고 말한다. 어느 정도 동의한다. 그러나 이렇게 변명해보겠다.


버티면서 성장하는 어떤 것이 남긴 것은 사회의 악질이다. 악질이 남아 우리를 틀에 맞춰 끼우고 무엇이 잘되고 그릇된 것인지 판단한다.


이래도 그 성장에 만족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세상에는 무수한 유기체가 있고 성질이 다르다. 여기가 내 다음 유기체가 아닌 것이 나도 무척 슬프지만 아닌 것을 찾게 되어 나는 되려 후련하다.


내 소개가 한 줄 더 늘어난 것이다. 내가 나를 알게 되었으니 이 또한 감사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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