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새벽 별 Jan 19. 2020

프라하 한 달 살기, 그리고 그 후

한 달 살기를 마치고 돌아온 나에게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프롤로그:

세 가지 감정이 담긴 이번 글

감사함, 후회 그리고 그리움


2019년 9월 2일 프라하 한 달 살기를 마치고 한국에 귀국.


2019년 9월 27일 업종을 변경하여 취업

2019년 11월 29일 퇴사

2019년 12월 9일 본래 업계로 진급하여 복귀

2020년 1월 19일 현재...,


위 보고는 단순한 팩트를 나열.

짧은 시간에 많은 사건이 일어났고 저 나열된 항목에서는 어떠한 감정도 명시되지 않았다.

각각의 사건들 그리고 큰 그림을 그리는 오늘까지도 복잡한 생각과 고민들이 있지만 팩트만 보면 정말이지 심플하다.




첫 번째 감정, 감사함.

프라하에 도착한 날부터 오늘 그리고 당분간은

나의 결정에 감사할 것이다. 프라하행 티켓을 끊고 흥분보다 마음의 '공간’을 주어 더욱 나를 관찰할 수 있게 한 결정에 감사하다.

(프라하에서는 아메리카노를 시키면, 이렇게 블랙커피에 우유와 시럽을 따로 내어준다 - 집 근처, 근사한 회사 1층에 있던 카페; Cafe Sofa)




(프라하 과일들과 디저트를 먹는 재미도 쏠쏠했다).




두 번째 감정, 후회

웬만해선 후회를 하지 않는 게 맞는 여행이었다.

지극히 나의 의지로 선택한 31일이란 기간과, 매일의 일정 그리고 소비 등


그렇지만 조금은 후회라는 것을 하고자 하는 이유는 다음 여행을 위해서이다.

가끔 우리가 일정대로 되지 않을 때, “분명 이건 우리가 또 이곳에 와야 할 이유를 남기는 거야”라며 긍정적인 후회와 이번 여행의 미흡함을 - 기분 좋게 포장하지 않는가.


나 역시도 다음 여행지가 프라하가 아니더라도, 체코가 아니더라도 다음 행선지에서는 ‘최선을 다해 그 순간을 즐겨보자’라고 다짐한다. 그리고 그 다짐은 후회라는 단어로 뇌새김 하는 중이다.


(여름에 블타바 강에서 타는 보트는 ‘꿀잼’이고, 선셋 시간에 맞춘다면 ‘완벽’이다)




세 번째 감정, 그리움

예상했을지 모르지만 몸과 마음이 벌써 꿈틀거리고 있다. 프라하에서 돌아온 지 6개월이 되어가고 나는 그 안에도 대만을 다녀왔고 국내 여행도 했지만 - 한 달 살기의 매력을 ‘시식’해 본 자로서 마음이 꿈틀거리는 것은 어찌할 수가 없다.


그렇지만, 한 달 살기를 통하여 가장 중요한 포인트를 찾게 된 것이 너무나 다행이다. 알고 있지만 스스로 인정 또는 인지하지 않았던 것.


‘장소는 한낱 물리적인 공간’ 일뿐이다.

즉, 내가 어디에 사는가 보다 내가 어느 곳에 살아도 만족해하며 행복하다는 것이 포인트


프라하에서 느낀 행복은, 나 스스로가 자유롭다 생각한 것이고 주변이 아름답다 인지한 것이고

소소한 것에 감사함을 더했기 때문이었다.



한국 귀국 후에도 크게 변한 건 없다.

전과 같이 미래를 걱정하고, 경제활동을 하며 소비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어느 날엔 기분이 좋고 어느 날엔 조금은 우울해하고 그러다 또 새로운 아침을 맞는다.


그런 중에도 나에게 변화가 있다면,

이 곳, 이 시간에 내가 행복하지 않으면 그 어디에서도 행복할 수 없다는 생각.

지나가는 시간을 잡을 수 없기에 그리고 그 때의 내 감정을  바꿔줄 수 없기에..


한국을 떠나면 행복할 거란 막연한 기대를 이제는 하지 않는다.


가까운 미래에도 나는 또 떠날 수 있겠지만,

어디에서나 행복을 찾을 수 있다고 믿게 되었다.



어쩌면 오늘까지도 나는 프라하에 살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그 기억을 회상하며 - 감사하고 후회하고 또 그리워하였다.


다음 행선지는 아직 미정이지만, 당장은

오늘 하루를 여행처럼 살아보기로 한다.



- 프라하 한 달 살기 에세이 끝 -





작가의 이전글 누군가와 함께라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