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출혈 치료기
벌써 15년 전의 이야기다.
아버지의 찾은 도박과 외도로 가정은 점점 기울었다.
결국, 달동네에 집을 하나 얻어 살게 되었다.
변기가 재래식이라 화장실에 꼽등이가 가득했다.
살충제를 뿌려 죽이려 하면 천장 높이까지 뛰어올랐다.
집안에는 바퀴벌레가 나와 새벽녘 비명을 질렀다.
난방에 쓸 기름도 없어서 버너로 따뜻한 물을 끓여서
샤워를 해야 했다.
찬 바람에 잘 때는 두꺼운 잠바, 2장의 양말을 신고 헤어드라이어로
공기를 데우거나 2개의 페트병에 따뜻한 물을 담아 안고 잤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는 일하던 도중 뇌출혈로 병원에 실려갔다.
급하게 병원에 찾아간 우리 가족에게 의사는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했다.
뇌의 출혈량이 너무 많아 살아도 식물인간의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그때 아버지의 눈물을 처음 봤다.
그렇게 수술은 끝나고 한 달이 넘는 시간 동안, 어머니가 깨어나기를 기다려야 했다.
그 당시에는 깨어나기만을 바랐는데 , 의식을 차리고 난 뒤
두개골 함몰과 왼쪽 전신 마비가 좋아지기를 바라는 욕심을 부렸다.
그 후에도 6년 넘는 많은 시간 동안 간호를 하며 여러 병원을 전전했다.
어머니 기억력과 행동은 아이처럼 변했고, 두개골 성형과 반복되는 채활 치료,
간병 생활로 가족들은 어머니를 위해 시간을 받쳤다.
지금까지도 어머니는 한 달에 한번, 검진을 받고 약을 먹는다.
어머니는 외출을 위해서 지팡이와 왼쪽 다리 보조기, 전동 휠체어가
있어야 움직일 수 있다.
왼쪽 전신은 움직이지 않지만, 밥도 하고 김치도 담그며 일상을 보내고 계신다.
나에게 어머니는 큰 존재이었다. 예상치 못한 어머니와의 분리가
계속되던 잦은 부부싸움, 어려워지는 집안 형편으로 무단 침입으로
빨간 종이딱지를 붙이는 사람들과 일수꾼들의 잔상..
지금까지도 일상생활에도 이유 없이 불안해한다.
아버지의 잦은 외박과 도박에 어머니는 아버지를 매번 찾으러 다녔다.
나는 그런 어머니가 매번 찾으러 다녔다. 나는 그런 어머니를 이해할 수 없었다.
아버지가 집에 안 들어오면 우리끼리 평안한 가족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며칠 전 , 남자 친구인 레고가 도박을 했다.
나는 여러 pc방을 돌며 찾아다니거나 받지도 않는 전화를 하며
레고를 찾아다녔다. 그 순간 아버지를 찾아다니던 어머니의 모습이
나의 모습과 겹쳐 보였다. 내가 그렇게 이해할 수 없고 싫어하던 어머니의 모습을
내가 하고 있었다.
그 순간, 찾아다님을 멈추고 집으로 돌아왔다.
어머니의 모습을 지우고 싶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침대에 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