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무한 반복
나는 무엇인가 안 하고 있으면 불안하고, 무엇인가를 더 해야지 불안이 사라지는 것으로 생각하며
행동에서 오는 만족감과 무엇인가를 했다는 충족감이 휴식의 감정인 줄 알았다.
지금도 무엇인가를 안 하면 자기 자책과 비난이 따라온다.
이것이 나의 불안 무한 반복 패턴이다.
나의 생활에 이 패턴을 대입했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이야기해보겠다.
대인 관계에 대입하면 다른 사람이 나에게 연락이 뜸하거나 대답이 늦으면
나에게 실망 하거나 내가 무엇인가 잘못했다고 생각하고 미리 상처 받을 상상에
그 아픔을 외면하고자 그 사람과의 관계를 먼저 끊어버린다.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참으로 황당할 것이다.
정신과 치료에 대립해볼까?
주치의는 말했다.
“두부 씨. 두부 씨는 공부하는 학생 같아요. 삼담 전날 무슨 이야기를 할지 준비하고
당일에는 준비했다고 칭찬받으려 듯 행동해요. 상담한 이야기 또한 복습하고 예습을 반복하죠.
치료조차도 잘하고 싶은지, 그렇게 행동하지 않으면 두부 씨가 많이 불안한가 봐요.”
나는 일주일에 1회, 45분 주치의와의 심리상담을 진행한다. 내가 일주일 동안 느낀 감정이나,
했던 행동들을 전날 정리하고 다음 날 이야기 한 뒤, 그 내용은 일기에 적어둔다.
그렇게 하지 않고 상담을 했던 날이 한번 있다.
전날부터 ‘내일은 10분만 하고 약만 받자, 할 이야기도 없어’라고 반복 생각했다.
나 자신을 합리화 시켰고, 그 생각은 병원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도 계속 이어졌다.
그 결과 버스에서 절대 못 자는 내가, 회피하려는 듯 꾸벅꾸벅 졸다가 병원에 늦을 뻔했다.
그 이야기를 듣던 주치의는 ‘늦으면 병원에 안 갈 수 있다’는 심리에서 발동된 방어기제라고 했다.
나는 치료조차 잘하고 싶었다.
입원해서도 공황 장애 증상이 발현되면, ‘죄송합니다’는 말을 무한 반복하며
잘하지 못하는 자신을 꾸짖었다.
여백의 시간은 인간에게 필요하다.
나는 휴식의 개념이 무엇인가를 더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계속 행하다 보니
충분한 휴식을 할 수 없는 사고를 하게 되었고 쉽게 불안하거나 우울, 자기 비하 등의
감정 장애를 가지게 되었다.
인간은 불안을 느끼면 심리적 고통에서 자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방어기제를 사용해
현재 상황과 다르게 해석하거나 자신을 속이는 행위를 한다.
그 방어기제는 생각보다 많다.
본인은 어떤 방어기제로 본인을 방어하는지 찾아보자.
1. 억압: 괴로운 생각이나 죄의식 등을 무의식으로 밀어내서 선택적 망각을 한다.
-아이가 부모에게 학대를 당해도 다른 이에게 부모 이야기를 하기 꺼림.
2. 부정: 사실을 인정하면 너무 고통스러움에 무의식적으로 부정한다.
-가족의 죽음을 부정하고 여행 갔다고 생각한다.
3. 합리화: 잘못된 자신의 행동을 그럴듯한 이유로 정당화한다.
-여우가 포도를 발견하고도 먹지 못하는 상황일 때, ‘저 포도 셔’라 생각한다.
4. 반동 형성: 자신의 무의식적 소망을 현실에서는 반대로 행동한다.
-미운 놈에게 떡 하나 더 준다.
5. 투사: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수 없는 본인의 행동과 생각을 마치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행동이라고 받아들인다.
-본인이 화난 걸 인지 못 하고, 상대방이 나에게 화내는 것처럼 받아들인다.
6. 주치화: 고통스러운 정서적 문제를 피하고자 그것을 둔화시켜 사고, 추론 , 분석 등의
지적 능력을 사용한다.
-죽는 게 무서워서 사후 세계를 자세히 알아보고, 추상적인 이미지를 만듦.
7. 전치: 자신이 어떤 대상에게 느낀 감정을 자신이 만만하게 생각하는 이에게
표출한다.
-회사에서 상사에게 혼나고, 가족에게 짜증 부린다.
8. 전환: 심리적 고통이나 문제가 신체적 증상으로 표출됨.
-축구 선수가 경기에 나가기 무서워 갑자기 못 걷는다.
9. 승화: 정서적 긴장이나 에너지를 사회가 인정하는 방향으로 표출한다.
-예술작가의 성적 욕망을 작품으로 승화하는 경우
10. 신체화: 불안, 스트레스가 감각적이나 근육 통증 등의 신체 증상으로 나타남
-마음이 불안하면 손이 떨리거나 땀이 난다.
방어 기제는 위의 내용보다 더 많다.
인간은 무엇에 그렇게 힘들기에 본인의 생각과 감정까지 속여가며 자신을 방어하고 싶은 걸까?
당신은 무슨 감정과 생각에 본인을 방어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