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 중독자 가족으로 살아가기
당신의 주변에는
도박중독자가 있습니까?
저는 도박하는 아버지 밑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습니다.
그의 중독적 행위를 어머니는 본인의 짐인 것처럼, 본인의 잘못인 것처럼 자책하며
해결하기 위해 매일 밤, 도박하는 아버지를 찾으러 나갔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저는 그때의 우리 어머니의 나이가 되었습니다.
이젠 어머니 대신 제가 도박하는 남자 친구를 찾으러 다니고 있습니다.
이제 시작되는 이야기는 저의 남자 친구의 이야기입니다.
저의 남자 친구는 상습도박중독자입니다.
지금은 정신과 치료 및 상담을 받으며 단도와 재발 사이를 오가며,
1년 사이, 2억 정도 되는 금액을 탕진했습니다.
도박중독자들의 거짓말은 자기 방어행위이자 병입니다.
작은 거짓말을 덮기 위해서 큰 거짓말을 하고 들키면 사실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말하며
또 다른 거짓말을 지어냅니다. 어디서부터 어디가 진실인지 모를 정도로 치밀하고
그의 말 중 어디에도 진신은 없었다는 사실을 나중에서야 알게 되면
실망감과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왜 도박을 할까?
빚은 얼마나 되는 걸까?
내가 이것만 도와주면 끝날 수 있을까?
항상 옆에 있는데 왜 눈치채지 못했을까?
저는 도박한 이를 비난하기보다는 옆에서 많이 도와줄 수 없는 나 자신을 자주 비난했습니다.
처음, 그가 나에게 도움을 청했을 때는 방법을 찾다가 대출을 천만 원 넘게 받게 되었습니다.
대출과 거리가 먼 삶을 살아온 나로서는 나에게 천만 원이 넘는 금액이 대출된다는 것 자체가
무서웠습니다.
‘내가 뭐라고 이렇게 많은 돈을 대출을 해줘?’란 생각도 잠시, 이 돈이면 상활을 해결될 거란
안도감이 불안을 덮어버렸습니다.
이렇게 해결될 줄 알았던 도박은 대출로 인해 도박을 할 수 있는 밑천을 마련해주는 꼴이 되었습니다.
‘도박-대출-뒷수습-도박-사채-뒷수습’ 이 악순환은 계속 반복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그의 가족과 저는 지쳐갔습니다. 그에 대한 나의 감정의 선은 애증과 불쌍함을 오갔습니다.
도박하는 이들은 도움을 청하는 액수 뒤에 거짓말로 숨겨준 다른 대출의 액수들이 숨어있습니다.
그 당시의 상황만을 수습하기 위해 거짓말을 합니다.
이것만 메꾸고 도박으로
해결해서 빚을 갚자.
이번에는 원금 치기라도 해 보자.
도박으로 원금 치기 해서
도박 빚 밀어버리고 새 출발하자.
도박으로는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돈을 빌릴 수 있을 지만을 생각하며 현실을 외면했습니다.
그런 그 옆에서 저는 그를 어떻게 하면 막을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돈을 빨리 갚을 수 있을지 생각했습니다.
그의 반복되는 도박을 나의 잘못으로 생각하고 남자 친구에게는 미안한 감정까지 들었습니다.
그렇게 그의 무게를 내가 지었고 무게는 늘어날 뿐 줄어드는 법이 없었습니다.
매번 믿고 단도를 할 수 있다는 단단한 기대 때문에 그에 따른 상처는 더 컸습니다.
오늘을 잘 살아내고 싶어 -채샘- 작가님의 책을 도박중독센터를 통해 받았고, 남자 친구에 대한 지친 마음에 책을 읽다가 다 나의 이야기인 것 같고 공감되는 이야기, 주변인들에게는 말도 못 하고 혼자 끙끙 아파하던 것들 등 많은 공감을 일으켰습니다. 그의 글은 저에게 큰 힘이 되었으며 글로 저의 감정을 담아가며 독서를 했습니다. 채샘 작가님 감사합니다.
도박을 안 하게 하기 위해 그가 아닌 제가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그의 주변에 있는 상황들을 통제하려고 카드나 핸드폰, 생활비 등을
관리하고 도박 치료센터, 대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도박 중독 치료 센터, 도박 전문 정신과까지, 도박 치료에 대한 많은 것들을 알아갈수록
남자 친구 또한 핸드폰 소액결제로 현금화를 하거나 -머니, -캐피털 같은 사채 대출까지도 알아보며 다양한 방법으로 도박을 이어갔습니다.
결국, 저는 ‘믿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다’라는 사실에 답답했고 저의 세계는 남자 친구의 세계와 함께 빠르게 무너져갔습니다.
남자 친구를 신경 쓰는 데 에너지를 다 써버려서 저 자신을 돌볼 에너지는 없었습니다.
문뜩 엘리베이터에 비친 망가지 나를 발견했습니다. 매일 쓰는 일기도 어느덧 남자 친구의 도박 일지가 되었고 , 그를 향한 시선으로
나의 삶은 점점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평범하게 지내던 일상의 대화들도 대출, 상환, 이자 등의 단어들이 차지해 버리고 감정적인 싸움만을
이어갔습니다. 그는 도박에 있어서 자기 방어적이었고 언어적으로는 자신만을 보호하려 날카롭게 대응했습니다.
늘 ‘그럴 수 있어’고 이야기하던 이해심 많던 그는 예민해지고 자신만 보며 자신에게 ‘그럴 수 있어’라고 세뇌하는 이로 변해갔습니다.
그와 같이 동거하는 집은 저에게 더는 안정감을 주지 못했습니다. 제가 자는 사이 저의 핸드폰으로 대출과 도박을 하고,
제가 며칠 집을 비운 사이에 일어난 그의 자살시도, 눈에 보이는 곳에 현금을 잠시 두면 몰래 가져가기도 했죠.
그에 대한 사연은 너무 많아서 이야기로 다 할 수 없을 정도로 저는 지쳐갔습니다.
무탈한 일상이 이어져도 그것 또한 언제 도박을 할지 모름에 불안합니다.
도박 중독자의 가족으로 , 오늘을 잘 살아내고 싶어를 읽고 방치했던 나 자신이 더욱더 선명해졌습니다.
그의 도박적 무게를 내가 짊어지려 했으며
‘해결할 수 없는 것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은 채 나 자신을
몰아갔습니다.
이제는 제가 짊어질 무게만을 짊어지고
그의 문제라는 것을 인지할 것입니다.
저는 도박중독자가 아닙니다.
그가 해결해야 하는 것을 내가 해결해주는 학습 행동에서 벗어나 그의 문제는 그가 해결해야 함을 행동으로 그에게 보여줄 것입니다.
내가 잘못한 것이 아니며, 제가 도박의 빚에서 허덕일 필요는 없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그 지점에만 머물며 나를 돌보는 데 에너지를 사용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