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ofu Oct 17. 2020

직장을 그만두었습니다.

강제적 우울증 커밍아웃


그는 나에게 정신과에 가볼 것을 권했다.

우울증이라는 진단을 그에게 알렸다. 그 후에 이야기다.


두부 씨는 왜 안 웃어요? 일할 때에는 연기라도 해야죠’

두부 씨는 왜 그런 행동과 표정을 하는지, 일 끝나고 계속 생각하고 이야기하느라고 지쳐요.

더는 끝나고 두부 씨 이야기 안 하고 싶어요.’

눈이 풀려있는 거 같아요. 약 때문에 그런 건지, 의욕이 없는 건지

 그런 표정하고 있으면 우리랑 같이 일 못해요.’

두부 씨가 남자였으면 지금 테이블에 머리를 내리찍었을 거예요.’

두부 씨는 저의 인간관계 네트워크의 혜택을 받는 거예요.

 그래서 이곳에 오는 사람들과의 교류를 해택으로 생각하셔야 해요.’

차 내릴 때 문 살살 닫아주세요. 저도 살살 닫는 데 기본적 예의예요.’

저 예민한 사람이에요. 두부 씨 조심해 주세요.’

여기 그만 두면 뭐 하려고요? 갈 때도 없잖아요. 설거지나 하게요?’


 그는 나를 위해 노력했지만 이제 지쳤다고 했다. 그러니 내가 맞추기를 원했다.

 그는 말로는 ‘걱정한다’고 이야기하며 그의 눈빛은 나를 참 싫어했다.


 좁은 공간의 일터에서 둘이 근무를 했고 물건을 놓치거나 큰소리가 나면

본능적으로 그의 모습을 살폈다. 긴장의 연속이었다.

 무엇인가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 날에는 하루 종일 말 한마디 안 했다.

 그의 침묵에 나의 가슴은 터지는 듯했다.

 그런 날이면 일이 끝나고 버스정류장에 얼굴을 숙인 채 한참을 울었다.


 그와 나는 결이 달랐다.

 그곳에서 그만두면 내가 가치 없는 사람이 되는 줄 알고 1년간, 나의 모습을 지운채

 그 사람이 원하는 모습이 되기 위해 에너지를 사용했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그는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들을 싫어했다.


나의 표정, 옷차림, 화장의 진함 정도, 성격, 근무가 끝나고 하는 운동까지.


 그는 나를 걱정한다는 이유로 많은 사람에게 나의 병과 행동에 대해 상담과 견해를 구했다고 했다. 그중 한 명은 나에게 와서 ‘이렇게 직원 걱정해주는 사장이 어디 있냐, 고마워해야 한다’고 했다.

그 과정에서 강제적 우울증 커밍아웃을 당했다. 정신적 폭행이었다.

 제3의 인물은 멋대로 정신적 폭행의 강도를 평가했고 낮췄다.

그래서 내가 느낀 불쾌감과 모욕감의 감정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인지 내가 나를 의심하게 했다.

 그 공간에서는 내가 느낀 감정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결국 다 내 잘못이고 점점 나 자신은 무능력하다고 생각했다.

 일터에서의 소속감, 애정, 안정감은 없었고 심적 외상만이 심해져 갔다.


 노력하는 시간에 따라 정신적 폭력은 독이 되어 스며들었고 사회생활이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일을 그만두고 3개월이 지났지만 나는 아직도 상처 받은 채 힘들어한다.


 그의 눈동자가 나의 잔상에 선명하다.





작가의 이전글 약속이 취소되면 그렇게 즐겁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