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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fu Nov 01. 2020

비행기 공포증을 가진이가 비행기를 타다.

공황장애


제주도로 돌아가는 날이다.


공항을 가기 위해 버스를 탔다. 모르는 이와 함께 앉아 버스 복합터미널에 도착했다.

버스터미널 입구부터 ‘우르르’라는 단어밖에 생각나지 않는 인파다.


사람이 많을수록 나의 시선이 바쁘다.

나에게 다가오는 이가 있는지, 너무 가까워지기 싫어 이리저리 거리를 둔다.

한 사람이 다가온다. 지나갈 수 없는 좁은 틈을 지나가려 애쓴다.

‘어 안 되는데 더 오지 말았으면 좋겠다.’

매번 그러는지 사과도 없이 어깨를 ‘툭’ 치고 좁은 공간을 지나간다.

나는 그 접촉에 가슴이 두근거리고 식은땀이 나서 윗옷을 벗어 손에 든다.


‘툭 툭툭’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어깨가 좌우로 움직였다.

그렇게 편의점에 들러, 물을 샀다. 알프람정 0.4mg을 떨리는 손에 올려 삼켰다.


공항으로 가는 버스 안, 옆자리엔 20대의 남성이 앉았다.

출발하고 몇 분 뒤, ‘꾸벅꾸벅’ 그의 머리가 점점 내 쪽을 향했다.

읽고 있는 책에 머리카락이 닿았다.

남자는 스스로 몸을 추슬렀지만 자꾸 다가오길 반복하다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셀프 수속을 했다. 그나마 사람 없는 곳에서 탑승을 기다렸다.

10분 연착이란 방송이 나왔다. 긴장의 시간이 10분 더 늘었다.

많은 사람이 비행기에 탑승하기 시작했다. 나는 마지막에 탑승 수속을 했다.


‘오늘 비행기에 사람이 많나요?’

‘네, 맞죠^^ 160명 정도 됩니다’

수치화된 공포심은 나의 심장을 더 갑갑하게 했다.


탑승 후 무수히 많은 머리통이 보였다.

160명의 눈동자, 320개의 눈이 한 번에 나를 보는 상상을 한다. 무섭다.


출발하려는 지 타이어 타는 냄새가 났다.

가슴이 뻐근하게 아프고 답답하다.


비행기가 상륙 하자, 사람들은 야경을 찍기 시작했다.

‘찰칵찰칵’ 소리가 나고 꼬마 아이는 ‘아빠 저기 봐’하며 소리를 지른다.


조명을 끈 깜깜한 비행기 안,

45분을 이 공간에 갇혀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계속 눈물이 났다.

남을 위해서 중간에 내리는 일은 없어야 하기에 필사적으로 참는다.

숨이 가쁘다. 연신 가슴을 내리친다.


비행기에서 내려 셔틀버스를 탔다.

버스에 승객을 가득 채우려는 직원은 ‘최대한 안으로 들어가세요’를 외쳤다.

꼬마와 손이 닿았다. 남자의 가방에 얼굴을 맞았다. 나의 시발을 누가 밟았다.

셔틀버스에서 도망치듯 내려, 공항에서 기다리고 있는 레고를 찾았다.


많은 이들을 뒤로하고 우리는 집으로 돌아왔다.

맛있는 밥을 먹고 침대에 누웠다. 푹신하다.

하지만 심이 빠르게 뛴다. 두근두근 두근두근

안도감을 느낀 나의 심장이 인제야 자신이 힘들다고 표현하나 보다.

응급실에 갈 수도 있다는 생각에 저녁 약을 먹었다.


‘심장외과에 가봐야 하나? 이 정도면 기능 이상 아닐까?’


안도감, 두근거림, 약 기운에 나는 다음 날 아침에는 죽은 이 처럼 움직일 수 없었다.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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