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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fu Dec 03. 2020

처음 정신과에 가다

‘우울증입니다.’


우울증입니다.’


우울증이라고 진단받던 날이 생각났다.

그날, 나는 드라마 속 불운의 여주인공이 된듯했다.


내가 우울증이라니!’


다리는 후들거렸고 손에는 약봉지가 들려있었다.

버스에서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며 집으로 돌아왔다.


많은 이들이 정신적으로 힘들어하면서도 ‘정신과’의 높은 문턱을 보곤 주저앉는다. 나 또한 그랬다.

6년 동안 식이장애와 수면 장애를 앓았지만 가지 못했다.


내가 정신과에 간다면 스스로 ‘정신병자’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만 같았다.

다른 이에게 ‘비정상’ 인간으로 낙인찍힐 것 같았다.

다른 이의 ‘시선’이 무서웠다.


정신병에 대한 나의 낮은 인식 때문에, 문턱을 넘기까지 7년이 걸렸다.

그때는 반강제적 권유도 있었지만, 많이 지쳐있었다. 포기하는 심정으로 ‘정신과’를 찾았던 것 같다.


많은 고민 끝에 간 병원은 조용했다. 다들 평범했다.

연령대도 다양했고 일상 속 쉽게 볼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병원에 가면 처음 접수할 때, 개인 정보 동의서를 작성했다.

보험 처리에 대한 안내문에도 동의 서명을 했던 것 같다.

내가 처음 간 병원은 당일 방문 접수만 가능한 것이었다.


-만약 당신이 처음 병원에 간다면 가지 전 꼭 전화를 하고 가자.

 예약 가능 시 예약하는 걸 잊지 말자.

예약제로만 이루어진 병원이 많기에 헛걸음하는 이가 많다.


큰 맘먹고 간 병원에서 진료받기 못하고 나온다면,

다시 갈 마음을 먹기까지 또다시 많은 고민을 반복해야 한다.


두부님, 진료실로 들어가세요’


어떻게 오셨나요?’


이 말을 듣고 어떻게 답을 해야 할지 몰랐다.

변명하듯 ‘잠을 좀 못 자고 섭식 장애가 있다’고 답했다.

그는 끄덕이며 컴퓨터에 무엇인가 입력하기 바빴다.


진료실을 나와, 작은 방에 혼자 앉았다.


매우 그렇다. 그렇다. 보통이다. 아니다. 전혀 아니다.’식의 테스트지를 작성했다.


간호사는 생각을 많이 하지 말고 느낌이 노는 곳에 체크하라는 팁을 알려주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내가 한 테스트지는 MBTI와 우울증, 식이장애에 대한 테스트지였다.


나는 괜찮은데 테스트지로 뭘 안다는 거지’

잠을 잘 못 자긴 하지만 나는 괜찮은데?’

‘내가 지금 뭘 하는 거지?’

나 정말 정신병자인 걸까?’

약까지 먹어야 하는 건 아니겠지?’


수많은 생각이 작은 방을 가득 채웠다.


의사를 다시 만나 처음 투약이니 가벼운 약을 먹어보며 용량을 조절해가자고 했다.

자기 연민에 빠진 나는, 처방전을 든 순간 ‘현타’가 왔다.

약국에 들어가기까지 짧은 시간, 많은 고민을 했다.


약국의 약사도 나를 이상하게 볼까 괜히 고개가 숙여졌다.

(알고 보니, 이 약사분은 사람 좋은 분이었다.)


처음 약을 먹고 굉장한 효과를 보지 못했지만 그래도 조금 더 잘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천천히 상처를 마주 보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이 글이 지금 병원에 ‘갈까 말까?’ 고민하는 이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다른 이의 시건과 약에 대한 편견, 주변의 낮은 인식으로 가지 못한다면 용기를 내어보세요.


많은 것들이 바뀌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조금씩 숨 쉬는 것도, 우는 횟수도 줄어들 거예요. 조금씩.


초기 검사 비용은 저의 경우, 개인 병원 기준 10만 원 정도 나왔던 것 같습니다.

그다음 1~2주에 한 번 방문했는데 진료비 만원에, 일주일 약값이 만 원 정도 들었습니다.


심리 상담의 경우 병원마다 가격이 다르지만 저의 경우에는 1시간 기준 6만 원, 2주에 한 번씩

진행했습니다. 금전적 여유가 없다면 무료로 진행하는 보건소를 이용해 보세요.


지금 진행하고 있는 대학병원의 진료비는 1주일에 45분, 34,000원.

약값은 12,000원 정도 지출하고 있습니다.

실비를 가입해두어서 몇 달에 한번, 보험 처리를 합니다.


(폐쇄병동의 경우, 혈액검사와 폐 엑스레이 검사를 했으며

12일 정도에 60만 원 지출했고 이 또한 보험처리를 했습니다.)


무엇이든 도움을 받아보세요. 혹시 알아요. 살만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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