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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서영 Mar 11. 2024

그 칼국수 집


별로 맛도 없는데


그곳을 지나가게 되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꼭 들르게 되는 칼국수집이 있다


 


왜 그러는 걸까 생각해 보아도


그저 허름한 식당에 입맛이 그닥 돋는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그냥 지나가려면 섭섭해지는 것이


아무래도 그 집 주인장의 운빨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보는 그런 집이다


 


비가 제법 추적추적 내려


우산을 썼는데도 축축한 느낌이어서였을까


 


그날도 그곳을 지나면서


오늘은 들르지 말고 그냥 가자


게다가 조금 전 빵도 하나 먹은 배인데


굳이 칼국수를 또 먹으랴 마음을 다지며


그 집 앞을 지나쳤다가는


다시 무엇에 홀린 듯 되돌아와


그 칼국수 집으로 들어가고야 말았던 것이다


 


우산을 쓰고 있던 나는 우산을 접고 들어가면서


손칼국수를 달라고 여주인에게 말했다


 


손칼국수와 시시한 깍두기가 나오고


나는 늘 깍두기가 모자라 한 접시 더 달라고 했었기 때문에


그날은 아예 처음부터 깍두기를 더 주셔야 한다고 말했다


여주인은 먹고 더 달라고 하라고 했다가


다시 얼른 깍두기 그릇을 가져가서 더 담아가지고 왔다


언제든지 더 달라고 하라면서....


 


그런데 오늘따라 칼국수 국물이 짭짤해서


깍두기가 지난번처럼 많이 먹히지가 않았다


하지만 미리 더 달라고 해 놓고 남길 수가 없었기에


억지로 짠 국물과 깍두기를 다 먹어치웠다


 


그리곤 오늘따라 국물은 맛있네라고 생각하며


일어나 나오면서 잘 먹었습니다~라고 인사를 했다


밖으로 나오니 여전히 비는 내리고 있었지만


빗줄기는 가늘어져 있었다


 


조금 걸어가는데 어렴풋이 무슨 소리가 들렸다


귀를 기울여 보니 손님~ 손님~ 하고 부르는 소리였다


뒤돌아 보니 칼국수집 여주인이 나를 향해 손짓을 하고 있었다


 


나는 그제서야 내가 계산을 안 하고 나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황망히 되돌아가니 여주인이 하는 말


"에고~ 그냥 가시게 해 드려야 하는데 돈은 받아야 해서...."


 


나는 따뜻하고 해학적인 그 말에 웃지 않을 수 없어


죄송하다고 웃으면서 계산을 하고 나오며


참 정신머리 없는 나를 생각하니 헛헛한 웃음이 났다


 


그러면서 자꾸 그 말이 귓가를 맴돌았다


'그냥 가시게 해 드려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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