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방촌의 겨울

생존과 삶의 가치

by 엄서영

오늘 서울에 폭설이 내려 퇴근시간이 지옥길 같았다는 뉴스를 보며 얼마나 힘들었을까 안쓰럽고, 어떤 차들은 터널에 서너 시간이나 갇혀있다는 소식에 모두 안전하기를 바라는 마음과 걱정되는 마음이 겹쳐졌다

한 시민이 첫눈이라 반갑고 낭만적인 마음으로 맞이했는데 눈 속에서 고생을 하고 나니 지옥에서 온 눈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고 한다.

아무튼 눈 때문에 고생한 시민들이 모두 무사히 집에 들어갔기를 바라며 다른 뉴스를 읽어 나가는데 이번엔

[쪽방촌의 겨울]이라는 기사가 눈에 띄었다

서울의 쪽방촌에는 대부분 노인들이 살고 있는데 영하 10도 안팎의 추위에도 난방기구를 사용할 수 없다고 한다. 허름한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서 전열기구를 사용하면 화재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전기장판을 나눠주어도 쓸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집안은 난방이 아니라 냉방이 되고 오히려 집안보다 집 밖이 따뜻할 지경이라 밤이 지나고 나면 밖으로 나온다고 한다. 옛날에는 연탄으로 집을 따뜻하게 했었는데 쪽방촌에는 연탄시설도 없고 연탄도 없나 보다. 아무튼 겨울이 되면 수도도 얼어서 화장실도 쓸 수가 없고 물이 안 나와 밥을 할 수도 없다고 한다.

그 얼어붙은 집안에서 겨울을 지내는 노인들의 생사확인을 위해서 아침마다 쪽방촌을 도는 노인일자리가 있다고 한다. 말하자면 그 일을 맡은 분은 집집마다 문을 두드려 안부를 묻는 것이 아니라 생과 사를 확인하는 것이다.

생과 사. 살아있음과 죽어있음.

어쩌면 그들은 이미 생과 사를 초월해서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언제 죽어도 미련 없이, 소리 없이 떠날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들.

어쩌면 그래서 아무 욕심도 없고 미움도 없고 모든 것을 내려놓은 그런 마음을 소유한 것은 아닐까.

아득바득한 삶의 애착을 버리고 언제 다가올지 모르는 죽음을 유순하게 맞이할 준비가 된 그런 노인들의 삶.

그러나 어쨌든 생은 죽음보다 아름답기 마련이다.

아침에 눈을 떠서 밝은 햇살을 볼 수 있으며, 그 햇살에 반짝이는 세상을 본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가.

죽음이라는 것은 영화관의 불이 꺼지듯이 모든 것은 멈추고 암흑 속으로 빠져들어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생사확인을 하는 근로자는 밤새 살아있는 사람을 보면 기쁘고 죽어있는 사람을 보면 처참하고 슬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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