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무

by 엄서영


병원에 가는 길에

도로 가의 가로수들이

모든 잎사귀들을 떨어내고

앙상한 가지만이 남아 있는

겨울나무가 되어 있었다


그런데 나에게는, 그 겨울나무들이

참 아름답게 보였다. 뭐랄까

그 앙상한 뼈가지들 사이로

은은한 아우라가 맴돌고 있었다고나 할까


말하자면

겨울나무의 지나간 이야기들이

빙글빙글 휘돌아 가는 것 같았다.

봄의 이야기,

여름의 이야기,

가을의 이야기 들이.


비록, 연두색 어린 나뭇잎들도

푸르르던 청록색의 풍성한 잎사귀도

알록달록한 단풍잎들도

다 사라져 버렸지만,


모든 걸 떨궈낸 겨울나무는

자신의 할 일을 다 해내고

모든 것을 희생한 숭고함으로

하늘을 향해 서 있는 것 같았다


그 모습은 또

가식의 옷을 다 벗어던지고

진실함으로 충만한

순수한 나체의 모습으로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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