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양병원에 입원할 때
좀 비싸더라도(어차피 실비를 적용)
1인실에 가길 원했었다. 지치고 무기력한
몸을 충분히 요양하려면 조용하고
간섭이 없는 방이 필요했었다. 하지만
병원엔 1인실이 다 차 버려서
내가 들어갈 자리가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2인실로 들어가게 되었다
처음엔 2인실이지만 비어 있어서
1인실이나 다름없이 평안했다.
방도 크고 쾌적했고 공간도 분리되어
각자의 방이 있고 화장실만 공용으로
사용하는데, 단지 방문이 없고 커튼으로
가려져 있는 방이었다. 그런데 며칠 후
다른 방에 환자가 들어왔다. 갑상선암
수술을 받았다고 하는데 나이는
50세였다.
그녀는 목소리부터 크고 행동도 거칠었다.
그리고 tv를 크게 틀고 전화 통화도
맘껏 큰소리로 떠들었다. 병실을 나가고
들어올 때 문을 세게 닫으며, 신발을
소리 나게 끌고 다녔다.
게다가 그녀는 나에게 '짝꿍'으로서의
의무(?)를 기대하는 것 같았는데
내가 생긴 것이 촌스러워 보였는지
태도도 무례하였다.
나는 최대한 조용히 있으면서
그녀의 눈에 뜨이지 않고 나의
영역을 지키려고 하였다. 게다가
그 무렵의 나는 몹시 지쳐있어서
말하기도 피곤하고 힘들었다.
그런데 그런 나의 태도가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했는지
나에게 반감을 가지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 내가 놀아(?) 주지
않으니까 다른 병실들의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나에 대해 말하고
다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모든 입원실의 사람들과
어울려 다녔다)
어느 날부터 인가 저녁에 방에 들어오면
혼자 화를 내며 소리를 질렀다.
전혀 조심성 없는 태도여서 그 모습이
그대로 전달되는 것 같았다
나는 어쩔 수 없이 그녀를 달래야겠다고
생각했다. 한 번씩 그녀 방의
커튼을 젖히고 말을 걸고, 그녀에게
잠은 잘 잤나고 물어보기도 하고
그녀가 아침을 안 먹은 날은 식당에서
아침마다 나오는 사과와 찐계란을
가져다주기도 했다. 그녀는 말로는
고맙다고 했지만, 조심성 없고
거친 행동은 여전히 나를 불편하게 했다.
지난번엔 그녀가 나에게 선전포고를
하듯이 일주일 더 있을 거라고 말했다.
나는 웃으며 잘했다고 말해 주었는데
며칠 후 그녀는 남편과 통화하면서
집에 가고 싶어 죽겠다고 마구 화를
내며 식당 밥이 맛이 없어 지겨워서
못살겠다고 소리를 질렀다. 그녀는 차마
나 때문에 지겹다는 말은 못 하는 것
같았다. 밤 11시가 되도록 잠이
안 온다며 큰소리로 통화하는 소리는
고스란히 내 귀로 들려왔다.
다음날
방사선 치료를 받고 돌아오는 길에
요양병원 앞에 있는 롯데몰에 가서
맛있는 빵과 유부날치알롤밥, 유부샐러드롤밥과
고급 비스킷 한 봉지를 사 왔다.
그리고 그것들을 쇼핑백 그대로
그녀에게 주며, 어제 괜찮았냐고,
밥 먹기가 힘들다는 말을 듣고
뭐라도 좀 먹어보라고 사 왔다면서
건네주었다.
그리고
내가 아래층에 내려가 침 치료를 받고
돌아왔을 때는 그녀가 나를 찾아와서,
입맛 없다는 자기의 말에 자기가 평소에
좋아하는 유부롤을 사다 주어서 감동을
받았다면서 수다스럽게 얘기하고 갔다.
나는 그녀의 말이 진심인지 아닌지
알 수 없었다
그런데 그날 저녁부터 시끄럽던 티비
소리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마치 일부러 그러는 듯한 소란스러움이
많이 가라앉고 있었다
아마도 이제 나라는 존재를 의식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녀와의 긴장이 완화되면서
나 역시 그녀의 소란스러움이
어린아이 같은 투정이 아니었을까
생각하며, 어쩌면 그녀만의 잘못이
아니라, 처음부터 어른스럽지 못했던
나의 부족함 때문은 아니었을까 라고
생각하게 된 것이었다.
(그녀는 토요일 아침에 퇴원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