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엄서영 Mar 11. 2024

자존심과 나



누군가는
자신을 키운 것은 
팔할이 바람이라고 하였던가

지나온 세월을 찬찬히 돌이켜 볼수록
나를 키워온 것은
오로지 자존심 이었더라

어떠한 상황에서도
어떤 극한 지경에서도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자존심이
나를 지배해 왔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나의 영혼을 지켜온 것도
자존심이고
나를 한 발작도 엇나가지 못하게
옭아맨 것도 자존심이었다

그래서
나의 자존심은
나를 지켜온 수호신이면서
나를 속박한 오랏줄이기도 하고
나를 고독 속으로 쳐박은 폭군이기도 하다

이제는 초로가 되었으니
자신에게 좀 너그러워지고
자존심으로부터 풀려나 훨훨
자유롭게 날아다닐 수 있을것만 같은데...

오히려
평생 내 옆을 지켜온 자존심에
정이 가고 
그 오랜 견딤으로 다져온 나 자신이
대견하기도 하여

이제는 뗄래야 뗄 수 없는
편안한 옷같은 존재가 되어
오히려 함께 할수록 편안하니

고독은 나의 연못이 되고
나는 연못 속에서
자유로운 물고기가 된 것 같아

깊은 산 속 옹달샘에 살고 있는
작은 물고기

작가의 이전글 얼굴과 표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