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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서영 Mar 11. 2024

얼굴과 표정

학술대회 후기는 아니지만


즐거웠던 학술대회가 끝난 후

남는 건 사진이라고

역시 사진 속의 모습들을 보며

새로운 기분에 젖어들곤 한다


그런데 누구나 그렇듯이

사진을 보면 나 자신의 모습을

가장 먼저 찾아보게 되는데


역시나 이번에도 내 모습을 보며

낯설고 어설프게 느껴지는 것을

어쩔수 없었던 것이었다ㅡㅡㅋ


나에게 이런 모습들이 있구나

평소 거울 속에선 볼 수 없던 표정들이

적나라하게 포착된 순간들


사람은 나이들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은

당연히 잘생기고 못생기고의 기준이 아니다


그 표정에 얼마만큼의 삶이 녹아있는지가

그 사람이 살아온 인생의 척도가 되는 것이다


오늘 지인에게서

카톡으로 사진 한 장을 받아 보게 되었다

사진 속에는 그냥 보기에도 연세가 많이 드신

(머리카락도 꽤 빠지신 듯한)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행복하게 웃고 계신 모습이 있었다


가까운 거리에 있는 맛집으로 드라이브를 가셔서

전혀 멋부리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식탁에 같이 앉아 음식을 앞에 놓고

아주 기쁜 표정으로 웃고 계셨다


그 웃는 표정이 어찌나 맑고 명랑한지

게다가 한편 익살스러기도 하여

보는 사람마저 즐겁게 되는 것이었다


그 속에서 그 분들의 살아온 인생이

보이는 듯 하였다


그 사진은 나에게

인생은 이렇게 사는 것이라고

말해 주는 것 같았다


나는 그 사진을 오랫동안 바라보며

나 자신을 생각해 본다

나도 10년 쯤 후에는 저런 표정을 지을 수 있을까


저렇게 아무 꾸밈없이 살며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맑은 웃음 속에 익살스러움을 보이며

보는 사람의 마음까지 순수하게 만들 수 있는

그런 삶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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