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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잎의 추억

by 엄서영

추억이 없는 사람의 마음은

가난하다


가슴을 다 펼쳐놓고 둘러보아도

을씨년스런 바람 소리뿐


그래도

작은 풀잎을 쓰다듬으며

미소를 지을 때가 있었지

시멘트 사이로 돋아난 풀잎이

어찌나 기특하던지


길가에 외로이 돋아나

무수한 발길에 채이면서도

아무 일 없다는 듯

푸르게 웃음 짓던 그 모습


나도 같이 길가에 앉아

풀잎 하나에 나의 사랑과

풀잎 하나에 나의 꿈을

헤아려 보았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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