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의 봄에 또다시 콩을 심었다

콩도 심고 화전도 부쳐 먹고

by 준구

코로나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는 3번째의 봄을 맞았다.

죽은 듯 겨울을 버텨낸 나무와 풀들은 여지없이 꽃잎을 피워냈고 연초록의 상큼함은

하루가 다르게 대지를 뒤덮고 있다.

찬란하게 만개한 벚꽃에 환호하고 개나리 진달래의 노랗고 진한 분홍 빛에 감탄하는 것은

마른 가지에서 다시 역동하는 생명의 신비를 목도하는 경이로움 때문이리라.


지난주에는 견고히 굳어져 생기가 없어 보이는 땅의 흙을 일궈냈다.

쟁기질에 힘을 쏟을수록 지표면 아래의 붉은 흙들이 속살을 드러내 보였다.

대지에 생기를 불어넣었고, 겨우내 묵혀두었던 퇴비를 땅 위에 살포시 덮어 주었다.

호미로 군데군데 땅을 파내어 씨 감자를 심었고, 땅이 흥건해질 만큼 듬뿍 물을 주었다.


오늘은 밭고랑 하나에 콩을 심었다.

물에 잔뜩 불려둔 콩 씨앗을 한두 뼘 남짓의 거리를 두며 밭에 묻었다.

고랑을 만드느라 호미와 쟁기로 땅과 씨름하는 사이 삐질삐질 땀방울이 이마에 맺쳤다.

소슬바람이 몸을 식혀주는 시간에 잠시 모자를 벗고 크게 숨을 내뱉는다.

사람이 뜸한 밭에서 만큼은 마스크를 벗는 자유를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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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에 콩을 심다


딸아이는 밭 주변의 산을 돌아다니며 어른들과 함께 진달래와 어여쁜 꽃들의 잎을 따왔다.

화전을 만드는 것이 이맘때의 연례행사처럼 즐거운 놀이가 되었다. 어른들도 매년 화전을 붙이는 솜씨가 늘었다며 딸내미를 추켜세우는 바람에 자뭇 신바람이 났다.

찹쌀가루로 반죽을 마친 떡 덩이 위에 정성껏 꽃잎 하나씩을 붙여 놓았다.

노릇노릇 향긋한 떡 내움에 달달한 꿀을 찍어서 한입 베어 물고 나니 바삭한 단내가 입안에 가득하다.

둘러앉아 하나씩 떡을 떼노라니 오늘은 마침 부활의 주일이기도 하다.


흙을 만지는 노동은 가치를 심는 일인 듯하다.

내일을 꿈꾸게 하고 결실을 기대하게 한다.

오늘은 어렵고 힘겹더라도 미래엔 소망을 수확할 수 있을 거라는 바람.


오늘은 볕이 좋았고 바람이 시원했다.

다음 주엔 또 무얼 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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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전 만들기 (노릇하게 익은 화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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