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국 준비
분주하고 바쁜 연말을 지내는 중이다.
한 해를 결산하는 시점이라 정리할 것도 많지만 그간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과 약속을 잡느라 날짜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르완다로 떠나는 날이 다음 달 1월 13일 자정이고 보니 송년회와 송별회 등의 명목으로 모임을 갖는 중이다. 앞으로 한동안은 만날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인지 무리를 해서 먼 길을 올라온 선후배 지인과 친구들의 마음 씀이 고마운 요즘이다.
대게 건강하라며 맛난 것을 사주는 이가 있고, 책과 화장품을 선물해주는 사람들이 있다.
용감한 결단을 축하하며 꿈을 좇는 삶이 멋지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고 왜 굳이 그 먼 곳까지 가서 사서 고생을 하냐는 질문도 받는다. 여비에 보태라고 봉투를 건네기도 하고 사역에 쓰라고 후원을 약속하기도 하며 이런저런 마음을 전해주는 손길과 만난다. 받는 것이 익숙지 않고 낯설지만 그 중심을 알기에 감사할 따름이다. 이제껏 살며 신앙생활 하면서 헌금하고 누군가를 도우면 도왔지 뭘 받아본 경험이 없었는데 이제는 받아들이는 것에도 익숙해지는 것 같다. 주는 이의 마음엔 여러 의미가 담겨있다. 우리보다 훨씬 어렵게 사는 나라에 가서 봉사를 하겠다는 이의 뜻을 높이 사서 나를 격려하려는 뜻이 담겨 있고, 현지 사람들에게 장학금도 주고 교육하고 자립하는데 써달라는 것이다.
르완다로 떠날 준비를 하면서 신경 쓰는 것 중의 하나가 아내의 운전연수다.
가속 페달은 멋지게 밟고 스피드는 잘 내지만 여전히 주차가 서툰 아내의 운전이 이제는 안정적으로 자리 잡아야 하는 시점이다. 가까운 쇼핑몰과 처가에 가는 길엔 아내에게 키를 넘긴다.
조수석에 앉아서 운전할 때 주의하고 보완해야 할 이런저런 사항을 조심스럽게 말한다. 특히 겨울철에 서리와 성애로 앞이 안 보일 땐 외기 환풍 등을 잘 사용해야 할 것을 당부하며, 자신 있게 운전하라고 격려한다.
아들과 딸의 곁에 한동안 아빠가 부재할 것을 생각하니 마음 한편이 아리고 미안한 마음이 인다. 가난하고 어려운 아이들을 돕는다는 이유라지만 내 아이들 곁을 떠나야 한다는 사실엔 나름의 단단한 결기가 필요하다. 나의 부재를 누군가가 채워주길 바라고 아이들도 아빠를 이해해서 더욱 지혜롭고 굳건한 모습으로 자라주길 기도할 뿐이다.
사무실에서 사용하던 물건들을 정리해야 하는 시점이다.
남겨둘 것들과 집으로 가져와야 할 물품들을 확인해 본다. 사용하던 IBM컴퓨터는 놔두고 맥은 가져오기로 했다. 르완다에는 맥북을 가져가고 개인 기록용 카메라를 하나 장만할까 생각 중이다. 미러리스 카메라로 영상과 스틸을 겸해서 사용하고 풀프레임의 성능을 갖춘 것을 마음에 두려니 가격이 만만치 않다. 아주 좋은 것을 가져가는 것도 부담이라면 부담이다. 현지 고등학교에서 사용할 맥컴퓨터는 부산의 한 대학교 미디어학과에서 사용하던 것을 도네이션 받아 컨테이너로 보내진다. 내가 익숙한 것은 파이널컷 X인데, 현지에서는 이보다 낮은 버전으로 가르쳐야 할 것 같다. 최신의 인프라를 갖출 수 없기에 현지의 적정기술을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그것을 위해서는 더 잘 준비하는 수밖에 없겠다.
인천에서 에티오피아 항공을 타고 아디스아바바에 13시간을 날아간 후 비행기를 바꿔 타고 2시간 반을 날아가면 르완다에 도착한다. 23Kg의 가방 두 개를 실을 수 있고 하나의 백팩을 들고 기내에 들어갈 수 있으니 이제는 짐을 꾸리는 미션이 남겨졌다. 입을 것 먹을 것 신을 것 이것저것을 모아두었다가 종국에는 긴급한 우선순위에 맞춰 짐을 덜어내야 할 것이다. 나의 빈자리는 고스란히 남겨진 사람들의 몫이 될는지도 모르겠다.
기숙사 생활을 하는 아들과 떨어져 생활하다가 잠시 집에 들른 틈을 타서 가족사진을 찍어야겠다 마음먹고 사무실 사진기를 들고 집으로 퇴근했다. 저녁을 먹고 느지막이 거실에 모여 포즈를 취하게 하고 얼른 셔터를 누르며 재빠르게 나의 자리를 찾아서 순간을 담아냈다.
한동안 떨어져서 지내야 하는지라 늘 기억하고 그리워하면서 또 조속히 합류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사진에 담았다. 나의 소명과 부르심에 따른 발길을 아이들도 잘 이해하고 스스로의 결정 속에서 앞으로의 일들을 감당해 내기를.......
웃음을 머금고 카메라를 응시하고, 옷을 몇 차례 갈아입는 수고로움 속에서도
맘에 드는 한 컷을 남기기 위해 애쓰는 아내와 아들 딸의 마음이 예쁘고 고맙다.
집에서 찍은 셀프 가족사진을 가슴 깊이 간직하며 부쩍 다가오는 떠날 시간의 차비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