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리병원
나누리병원에 가고 싶었던 건 몸이 아프기 때문이 아니었다.
이번에 파견 나오며 함께 교육받았던 선생님이 근무하는 곳이고, 거슬러 올라가면 7년 전에
키갈리에 와서 아팠을 때 도움을 주신 선생님이 계시는 곳이기 때문이다. 학교가 잠시 방학에 들어간 틈에 짬을 내어 병원을 방문하게 되었다. 돈을 내고 진료를 받는 현지인도 있지만 가난한 사람들에게 무료로 의술을 베푸는 병원을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운영을 위해선 영리를 추구하는 게 마땅한데 무료진료를 행한다니 그 의도가 선하기 그지없다.
그만큼 누군가의 도네이션과 후원이 아니면 감당하기 어려운 사명을 나누리의 식구들이 맡고 있는 것이다. 이분들의 뜻이 보다 잘 전해지고 퍼지기를 원하는 마음으로 나는 카메라를 챙겼다.
한국인 의료진을 만난다는 반가움과 동시에 이분들의 진료 모습을 잘 담아야겠다는 책임감이 일었다.
병원 홈페이지에 업그레이드시킬 용도로 사용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의료인으로 일하면 높은 소득을 보장받을 텐데 그것을 뒤로하고 이곳을 택한 동기가 무엇일까? 더 연약한 자를 돕고 섬기겠다는 사랑과 의술을 통해서 복음을 전하고자 하는 마음이 아니고는 설명할 수 없는 결연함이다. 나누리병원의 컴파운드는 꽤 넓었고 시설은 깔끔한 모던함을 보였다. 아프리카 스럽지 않은 세련된 현대식 건물이다. 병원으로 들어서는 안내 데스크와 진료 대기실이 널찍한 것이
환자들에게 안락한 느낌을 선사해 주었다.
NANURI병원은 르완다의 관문인 키갈리 공항 부근에 있다.
나누리는 우리말 그대로 의술을 나누고 사랑을 나누어 소중한 생명을 살리는 일에 매진한다는 의미다.
병원은 내과 소아과 물리치료와 방사선과로 나뉘며 이를 담당하시는 선생님 모두가 한국분들 이시다. 아프리카에 살면서 가장 아쉬운 점은 한국처럼 편리하고 우수한 의료시스템을 이용하는 게
어렵다는 것인데, 이런 병원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든든함이다. 외국인인 내가 이런 생각을 갖는데 하물며 이곳 르완다 사람들에게 이렇게 현대화된 시설은 큰 기쁨과 감사가 아닐 수 없겠다.
내과를 담당하시는 박 선생님과 소아과를 진료하시는 백 선생님은 부부다. 학창 시절부터 CC로 지내다
결혼하고 이곳에 와서 의술로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고 있으니, 웬만큼 마음이 일치하지 않고서는 결단하기 힘든 걸음을 내딛는 중이다.
이들의 진료 모습을 가급적 자연스럽고 헌신적으로 담아내기 위해 호흡을 고르고 순간을 포착해 가며 셔터를 눌렀다. 물리치료와 방사선을 담당하시는 선생님 내외의 진료 모습을 촬영하기 위해 이방 저 방을 옮겨 다니며 촬영을 진행했다. 현지인의 초상권을 존중하며 미리 고지하고 도움을 주시는 분에게는 간단한 연출을 주문하며 찍어 나갔다.
현지 스텝들의 연구모습과 조재실을 담아 냈고, 데스크에서 가장 먼저 친절로 환자를 대할 스텝의 모습을 촬영했다. 혼자서 여러 장소를 커버하는 것이 힘들기도 했지만 환한 미소로 포착된 피사체를 확인할 때면 새로운 힘이 솟는 느낌이었다. 잠시 점심을 먹는 동안엔 기아대책을 통해서 수없이 많이 들어온 이선교사님과의 만남을 갖게 되었다. 소천하신 정정섭 회장님과 기아대책의 초기 멤버들에 대한 추억을 나누며 르완다에서의 의료와 교육사역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다.
한 지역에서 오랫동안 사역을 감당하시는 분들에 대한 헌신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병원진료 마감 시간인 5시경에 즈음하니 진료대기도 뜸해지고 병원 스텝들도 카메라에 익숙해졌다.
모두들 병원 현관에 모여 단체사진 찍을 것을 제안했다.
지역민의 건강을 담당하는 나누리의 식구들이 모두 모였다.
가장 밝은 미소와 웃음으로 오늘의 순간을 기록으로 남겼다.
부르신 소명에 따라 세상의 안락을 뒤로하고 어렵고 낮은 자리를 찾아서 이곳에 선 당신들을 축복합니다.
셔터를 누르며 마음으로 되뇌었고, 나 역시 미디어사역자로서 내게 맡겨진 하나의 퍼즐을 감당하는 중임을 되새겼다.
바람이 있다면 외과와 치과를 자원하는 선생님이 계시면 너무 좋을 것 같다.(생각해보니 안과도 필요 ^^)
응급을 치료할 외과 선생님과 믿을 만한 치과 선생님이 아프리카에선 너무나 필요한 자원이다.
아프고 병든 자를 무상으로 치료하는 것과 그들을 위해 후원해 주는 것 모두가 너무도 귀하다.
합력하고 동역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이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일이다.
셔터를 누르는 나의 손은 벅차고도 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