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를 기다리는 그를 보며

어떤 내일이 펼쳐질까?

by 준구

오늘도 여전히 사람들이 고개를 둘려서 그를 쳐다본다.

무중구 동양인의 모습이 예사롭지 않고 낯설게 비친 모양이다. 그도 그럴 것이 자기들처럼 버스 정류장에서 만원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이 잘 믿기지 않아서일 게다.

대체로 자가용을 타거나 돈이 궁색하더라도 모토를 타면 될 것을 굳이 현지인과 뒤섞여서 대중교통을 이용할까 하는 궁금함도 섞여있다.


우리는 그렇게 언제 올지 모르는 도심으로 향하는 무무지행 313 버스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한국이었다면 00 버스가 5분 뒤에 도착할 예정이라는 친절한 전광판의 안내가 있지만 여긴 아직 그런 시스템이 없다. 그나마 많이 발전해서 버스카드를 태그 해서 승차한다는 점이 눈여겨 볼만한 진보라고 하겠다. 버스의 차종도 다양하게 좋아져서 큰 버스는 한국의 것과 동일하고 작은 버스는 우리의 마을버스와 비슷하다.

313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시내의 영어학원 시간이 임박해 옴을 느낀 그는 버스를 계속 기다려야 할지 오토바이 모토를 선택할지 고민에 빠진다. 버스비가 250원 이면 모토는 1000원을 지불해야 한다. 물론 택시를 잡아서 타고 갈 수는 있지만 비용이 6000원이라 선택할 수가 없다.

아까부터 그를 향해 노골적으로 고개를 돌려서 힐끗힐끗 쳐다보는 사람들의 시선도 불편하다.

머리를 길어서 단정하게 뒤로 따 올린 남자의 헤어스타일일 뿐인데, 현지인들은 이 낯선 이방인의 정체가 궁금하기만 하다. 어여쁜 남자인지? 중성적 이미지의 여자인지?

자기들끼리 의견이 분분하다.


기다림 끝에 버스가 와서 차에 오르기 시작했다.

어떤 날은 사람이 너무 몰려서 버스의 좌석이 금방 찰 때가 있다. 313 버스는 마을버스처럼 자그마한 규모의 버스로 한쪽 통로는 간이 의자의 접이식이라 사람들이 설 자리가 없다. 그래서인지 좌석이 다 차면 더 이상 손님을 태우지 않는다. 기다리는 승객이 많은 날이면 승차하지 못하고 다음 차를 기다리거나 어쩔 수 없이 모토를 선택하는 날도 있다. 모토는 날렵하고 신속하지만 자칫 사고로 이어지면 치명적이라 늘 긴장과 조심스러움이 따른다.

아무튼 버스와 모토의 도움으로 시내의 무무지에 위치한 영어학원에 도착했다.

케냐인 영어 선생님은 개인 오피스서 다양한 사람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중이다.

레벨이 다르고 수준이 다르니 각 개인별 그룹별로 로테이션하며 수업을 한다.

그가 영어학원을 수강한 이유는 언어에 대한 강한 동기부여가 주어졌기 때문이다.

주변의 어른들이 한결같이 말씀하신 것이 있었다.


‘네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갖췄느냐가 중요하지

어느 대학을 나왔느냐는 큰 의미가 없다’


물론 이 한마디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는 아마 미개하고 지적능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했을지 모르던 르완다 사람들이 실 생활에선 영어를 사용하고, 어려서는 불어를 배웠으며, 자기 말인 키냐르완다말에도 능통하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곳에서 생활하려면 매일 영어를 사용해야 하고 대화를 나눠 야만 하니 자연스럽게 언어에 대한 강력한 도전에 직면했을 것이다.


그의 자세와 태도가 바뀌었다.

한국에서 고교3학년에 해당하지만 이곳 학교에서 받아준다면 고3이든 고2든 상관없이 배움을 이어가고 싶다고 했다. 수준이 높고 학비도 비싼 국제학교는 그를 부담스러워했고 보내는 입장에서도 만만치 않은 교육비가 버거운 건 마찬가지였다. 주변의 도움과 조언에 따라 적당한 학교를 찾았고 입학과정과 절차를 알아보았다. 방과 후에 ESL 프로그램도 있고 스쿨버스도 운행하는 학교라 마음이 놓였다. 무엇보다 친절하게 상담해 주시면서 어떻게든 학생을 도와주려는 따스함이 엿보이는 학교였다.

이 학교는 초등과정까지는 프랑스의 시스템으로 중고등은 캐임브리지 시스템의 학제를 갖춘 곳이다. 그와 함께 학교를 둘러보며 신앙과 음악 외국어교육에 집중하는 학교의 면모를 보았다.

9월 11에 새 학년이 시작이 된다.

입학을 위해선 각종 양식을 제출하고 수준을 테스트받는 시험을 치러야 한다.

자기 학년에 맞게 배치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아래 학년에서 시작한다고 해도 많이 늦는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철저하게 언어를 배우고 타문화를 익히며 세계사를 습득한다면 더 넓은 세상과 만날 수 있으리라 믿는다.


나는 제2외국어로 독일어를 배웠지만, 왜 익혀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

언젠가 내가 유럽을 여행할 것이라고는 꿈도 못 꾸던 시절의 막연한 이국의 언어를 강요당한 느낌이었다.

그렇지만 그는 다르다. 아프리카 대륙 위가 바로 유럽이고 불어나 독어를 곧 사용할 날이 올 테니까.

그에게 필요한 건 여유를 갖고 뜻을 세워서 방향을 정하는 것일 게다.

그는 강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한국이나 미국에서 돈을 많이 벌고 풍족하게 생활할 수도 있는 의사와 교수 목회자 전문인들이 그 삶을 내려놓고 더 소중한 가치를 위해 살아가고 있는 현장을 목격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는 오늘 313 버스를 기다리며 현지인의 시선에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

어떤 남자는 그에게 윙크까지 날리니 말이다.

아프리카의 생활이 녹록지 않지만 그는 자신과 싸우는 중임을 알 수 있다.


어떤 인도하심이 그를 이끌지, 아니면 어떠한 어려움 속에 노출될지.

잘 헤아릴 수는 없지만 그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지켜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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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에 앉은 그의 뒷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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