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 도둑이 소도둑 된다

가장 믿어주고 싶었던 사람의 흔적

by 준구

CCTV에 주거침입 장면이 포착되지 않았다면 그를 의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늘 용의 선상에 놓였을지 언정 그를 용의자로 특정하기에는 대체로 소탈한 성격과 세입자와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십여 가구가 사는 아파트를 전체적으로 관리하고 실내외의 청소와 소소한 수리를 도맡아 한 그였기에 입주민과 친했다.

때로는 부득이하게 아파트 키를 맡기기도 하고 먹을 것도 나눠 먹었으며 일상에서 늘 접하며 지냈다.


그런 그가 1층 창문을 여러 차례 밀어젖혀서 시건장치를 무력화하고 침입했다가 수십 분 만에 다시

황급히 빠져나오는 모습이 포착됐다. 1층으로 갓 이사 온 입주자는 집안에 누군가 침입한 흔적과 현금이 빈 사실을 확인하고서 바로 신고해 CCTV확인을 요청한 것이다. 기록된 영상에는 그의 모습이 분명하게 찍혀 있었고 주머니에 무언가를 넣고 다시 창을 넘어서 나오는 대담함이 담겨있었다.


내가 1층에 살았을 때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고 다른 세입자도 동일한 상황을 겪었었다.

그때마다 CCTV를 확인해서 물증을 확보하려 했지만 번번이 좌절됐다. 잃어버린 시점이 명확지 않아 확인해야 할 시간대가 너무 광범위했고 CCTV의 기록이 시간대와 잘 일치하지 않았다.

제조사가 중국이라 중국 시간대에 맞춰줘 있어서 르완다의 시간과 맞지 않았다.

9대의 동시 기록을 한꺼번에 보는 방법도 까다로웠다. 어떤 시간대는 정전으로 인해 기록이 삭제되어서

데이터가 엉망으로 뒤 섞여 있었다. 시간대를 특정해서 축소한데도 간간히 비는 시간이 있었다.


유추하면 그는 이 CCTV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이며 편집도 가능했던 친구였다.

다만 이번에는 신고와 확인이 거의 동시에 이루어졌기 때문에 영상을 손 볼 시간이 없었던 모양이다. 내부 상황을 정확히 아는 사람의 소행이란 건 이미 짐작하고 있던 터였다. 현금을 전부 가져가지는 않고 일부만 손을 대서, 없어졌는지 잃어버렸는지 헛갈리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지난번엔 이 친구가 자리를 비운 틈에 정확히 외부에서 들어와 2층 세입자의 집에서 노트북과 패드를 훔쳐간 일이 있었다. 시건장치가 빈약한 창의 특징과 어느 부분을 노려서 침입해야 하는 지를 너무도 잘 아는 상태였다. 이때도 여장 남자인지 건장한 여자인지 모를 복장과 외모의 현지인 얼굴이 CCTV에 잡혔다.

CCTV를 노려 보는 건지 비웃는 건지 모를 씁쓸한 미소를 지은 모습이었다.

그런 물증이 있음에도 경찰은 끝내 용의자를 체포하지 못했다. 물건은 이미 콩고로 넘어갔다는 위치 추적만 잡힐 뿐이었다. 자국민이라 안 잡은 것인지 못 잡은 건지는 알 수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수사력이 거기까지 이르지 못하는 수준이라는 것이 더 맞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가 각 가정을 청소해 주는 사람과 외부 사람을 연계해서 공모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렇지만 그런 모든 가정을 묻어 두고 싶었다. 이곳 르완다에서의 삶이 녹록지 않은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 아파트 전체의 오너인 부유한 현지인이 있는가 하면 이곳에서 일을 하며 생계를 어렵게 유지하는 가난한 사람들이 공존한다.

아파트의 경비인력, 유지보수자, 청소를 맡은 싱글맘의 삶은 안쓰럽고 팍팍하다.

그들의 눈에는 이 아파트에서 사는 사람들의 삶은 자신들과는 질적으로 다른 상위층의 사람들이란 인식이 가득할 것이다. 그런 사람들의 물건과 물질로 당장의 필요를 채우는 데 사용하는 건 양심의 죄책이 아닐 수 있다고 여길 수 있다. 군에서 타인의 물건을 훔치는 게 아니라 위치 이동이라는 논리로 별스럽지 않게 여기기도 했던 논리처럼.


조그마한 친절과 자그마한 인연만 돼도 외국의 이방인인 내게 도움을 요청해 오는 사람들을 만난다.

차비가 없어서, 먹을 게 없어서, 학비가 없어서, 몸이 아파서……

안쓰럽고 측은한 마음이 들지만 이들을 다 구제할 수 없어 힘이 빠진다.

내가 할 수 있는 도움을 줄 수는 있지만 내 개인의 한계는 명확하다.


마음은 따뜻하되 머리는 냉철하고 행동은 지혜로워야 하는 순간들을 매일 만난다.

상황은 이해하지만 죄에 무뎌지면 안 된다.


그의 부재로 당분간 공동체의 분위기는 가라앉고 냉랭할 것임이 분명하다.

그래도 이런 계기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되면 좋겠다.

타에 의해 구속되었지만 그 안에서 너의 신과 정직하게 대면하길 바란다.

상황이 어떠하던지 우리는 신앙과 신념 안에서 정결해야 한다.




표지사진 : 르완다의 농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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