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인행필유아사(三人行必有我師)

누구나 나의 스승이 되는 모임

by 준구

8월의 모임을 가졌으니 이제 네 번 만나면 우리의 인연도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르완다로 파견 나오며 맺은 KCOC 봉사단원이란 동료의식이 우리를 하나로 묶어 주었다.

같은 기수와 동일 국가란 동질감이 나이와 성별을 초월하는 강한 연대의식을 만들었다.


아프리카란 환경이 낯설기는 마찬가지였고 각자의 사업장에서 적응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사업장의 관리자가 현지인인 경우 의사소통의 어려움이 따랐고 문화적인 차이로 인한 오해도 적지 않았다. 집을 구하는 것에서부터 장을 보고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살아가는 것 하나하나가 인내와 고충을 동반하는 시간이었다. 키갈리 시내에서의 삶은 그나마 좀 나은 편이지만 외곽지역에서의 삶은 어려움이 더했다.

매월 일정한 날에 모여 음식을 나누고 힘겨움을 토로하면서 서로의 생활을 돌아보며 격려하는 시간이 없었다면 버텨 내기가 더 어려웠을 것이다.


이번에도 8월의 마지막 토요일 저녁에 모여 정성스레 차린 음식을 마주했다. 보기에 탐스럽고 향도 좋은 만찬에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하나둘씩 모여든 동료 단원들로 집안이 떠들썩하고 식탁은 풍성하다.

대학을 갓 졸업한 청년이 대부분이고 재학 중에 나온 친구들도 있다. 병원에 근무하시는 선생님 내외와 내가 50을 넘긴 장년층이다.

모임 장소는 서로의 집을 오가며 모이는 터라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음식도 손수 준비하는 지라 늘 정성이 넘친다. 한국 음식이 먹고 싶고 더불어 나누는 것에 목마른지라 만남이 그리웠다.

감칠맛나는 저녁을 즐기고 나서 자연스럽게 서로의 일상을 나누는 순서를 가졌다.


사업장에서 겪는 어려움과 갈등, 장거리 춭퇴근의 버거움, 현지인과의 사고와 소통 방식의 차이 등을 듣고 있노라면 동기들이 겪는 힘겨움의 무게가 내게로 확 밀려오고 그것을 견디며 이겨내는 의지에 고개가 숙여진 다.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은 상황을 전하고 나누면서 스스로 해결방식을 도출해 내며 가벼워짐을 느낀다.

서로의 상황을 파악하고 이해하며 염려로 지혜를 모아가는 과정을 거치면 마음이 얼마나

평온해지고 든든해지는지, 걱정과 분노가 공감과 평안함으로 바뀐다.

상대방의 상황을 경청하다 보면 내가 처한 현실은 그다지 큰 문제가 아님을 발견할 때가 있다.


집과 사업장까지의 거리가 너무 멀어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려 새벽같이 일어나서 몇 시간씩 만원 버스에 시달리기도 하고, 진료 환자가 넘쳐나서 식사도 거르며 치료에 전념하기도 하며,

젊은 외국인 여성을 희롱의 동작과 눈빛으로 더듬는 사람을 접하게 되는 일상은 내가 겪는 어려움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임을 알게 한다.


때로는 몸이 아픈데 혼자라 외로웠고, 거주지가 안전하지 않아서 불안했으며, 조직 내의 갈등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종잡지 못할 때도 있었다.

이런저런 딜레마와 내적 고충을 쏟아내지 않으면 정신적인 회복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의 모임은 기다려지는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았다.

진지하고 진실되며 간절한 마음으로 삶을 나누었고 공감하며 합심했다.

나눔이 곧 기도의 제목이 되었고 중보의 시간으로 이어졌다.

진심을 내보이고 기도의 제목으로 요청된 순간 우리의 문제는 이미 해결되기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처음 모임을 가질 땐 동기생 7명으로 시작했지만 사람들도 늘었고 만남을 사모하는 마음은 더 커져갔다.

이런 함께 함이 아니었다면 르완다에서의 생활과 적응이 결단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물건을 도난당하고, 몸이 아파서, 갈등이 극에 달해서, 그냥 모든 걸 중단하고 한국으로 돌아갔을 단원이 생겨났을 것이다.


모두 신앙을 가지고 이 땅에 왔다는 것 자체가 신기한 상황이었고, 종교가 없었지만 자연스럽게 믿음을 갖게 되었다는 동료의 고백도 놀라웠다.

그런 끈끈함으로 서로를 일으켜 세우고 든든케 만들며 누군가의 스승이 되게 한 만남의 마지막이

곧 다가오는 시점을 맞았다. 내년에 이곳에 남아 계속 일할 사람과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 사람으로 나뉘게 되면 우리의 만남은 새로운 국면에 이르게 될 것이다.


치열하게 이 땅을 섬기며 애쓰고 수고했으므로 값진 시간이었을 것이다.

어디서 무엇을 하며 발 딛고 살더라도 우리는 다시 서로를 그리워하며 이곳에서의 시간을 떠올릴 것이다.

다시 만나게 된다면 서로 깊이 포옹하며 반갑고 기쁜 감정을 표현하려고 애쓸 것이다.

그리고 또 얼마나 성실하게 자기의 소명에 합한 삶을 살아가는지 이야기할 것이다.


그랬으면 좋겠다.

지금의 우리처럼 서로를 지켜보며 마음을 나누고 세우는 동지와 동료로 남기를......

나이와 성별을 넘어 서로를 깊고 넓은 성숙함으로 보듬어 주는 사랑으로 이어지기를……


그분의 예비하심과 만나게 하심을 통한 연합과 연대로

그의 영광에 동역하는 동반자로 살아가길......


서로의 스승일 수 있는 만남에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IMG_0961.heic 키갈리의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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