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를 살짝 덮는 정도의 그다지 긴 길이는 아니지만 이때가 살짝 애매한 느낌에 귀를 간질 거리는 거슬림을 준다. 머리를 다듬은 지도 거진 두 달에 접어드니 다시 이발소를 찾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렇지만 나는 지금 아프리카의 르완다에 있기 때문에 이발소를 선택하는 데에도 신중에 신중을 기했다. 동내마다 위치한 이발소의 주된 헤어스타일은 이발기로 머리를 사정없이 밀어젖히는 스포츠 스타일이다. 대체로 뽀글뽀글한 현지인의 머리카락은 조금만 자라도 부풀어 오르는 뽀글 파마 스타일이라 가급적 짧게 자른다. 그러다 보니 직모인 동서양인의 헤어스타일을 현지인의 손에 맡기기엔 어딘가 불안한 구석이 있다.
나 역시 수소문 끝에 외국인이 자주 찾는다는 이발소를 방문하게 되었다.
위치는 그린힐스라는 인터내셔널 스쿨 근처다.
아담하지만 깔끔하게 꾸며진 실내엔 여러 명의 미용사와 스텝들이 있었고 내 앞 손님으로는 백인여성이 커트를 받고 있었다. 다음이 나의 차례인데 먼저 머리 감는 곳에서 나를 부른다.
자리에 앉아서 고개를 뒤로 젖히니 현지인 스텝 하나가 조심스럽고 찬찬한 손길로 나의 머리를 감겨주었다. 특유의 박하 향이 코끝에 퍼지면서 몸의 긴장이 완화되고 머리도 상쾌해지는 느낌인데 이렇게 연거푸 두 번을 샴푸 하며 머리를 감겨주었다.
감겨주고 나서 두피 마사지를 해주는데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한 섬세한 손의 압력이 스르르 잠을 부르는 달콤함을 선사한다. 그렇게 20여분을 마사지받고 있으니 머리를 손질할 차례가 되었다. 미용사는 필리핀 사람으로 같은 동양인이란 사실 자체가 반가웠다.
필리핀 부부가 운영하는 샵에는 현지인 직원을 꽤 많이 고용하고 있다.
남자 미용사는 머리를 어떻게 깍 길 원하냐는 영어 질문 끝에 우리말로 “상고머리 스타일 괜찮아요?’” 라며 나에게 반문했다. "와! 우리말은 어떻게 알아요" 놀라워하니 아프리카로 오기 전에 한국인이 운영하는 미용샵에서 기술을 익혔노라고 얘기한다.
‘상고머리’라고 표현하는 그 한마디에 나는 그냥 이 사람을 확 신뢰하며 기분 좋게 머리를 맡겼다. 경쾌하게 사각사각 거리는 가위 소리를 자장가 삼아 편안한 맘으로 서비스를 받는다.
각 잡힌 장교 머리 스타일로 정갈하고 멋지게 이발을 마쳤다.
한국에서 이발했을 때 보다도 더 잘 자른 것 같았다. 신기하고 상쾌했다.
머리를 자르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눴는데, 필리핀 미용사는 처음에 탄자니아의 달레이살렘으로 와서 가계를 오픈했다가 실패해서 이곳 르완다로 옮겨온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의 영향으로 어려움도 있었지만 이제는 자리를 잡아간다면서 외국인 손님이 많이 찾는다고 자랑한다. 깔끔하게 머리도 정리했으니 기분 좋게 일어서려는데 현지인 직원이 다시 내 자리로 와서 안마를 해주겠다며 잠시 앉아있으란다.
약간 어리둥절하고 있는데 나의 굳은 어깨와 등줄기를 따라 지압과 두드리는 마사지를 실시해 준다. 과하지 않은 적당하고 적절한 힘과 압력으로 긴장을 풀어주었다.
10여분 간의 등 마사지를 받고 결제하러 카운터로 이동하는데 다시 한번 머리 감기는 장소에서 스텝이 나를 부른다. 웬일인가 싶어서 그쪽으로 가보니 앉으라고 손짓을 한다.
앞서처럼 머리를 뒤로 기대니 따스한 물로 또 한 번 머리를 감기고 향기로운 샴푸로 마무리해서 머리를 말려주었다.
친절도 이런 친절이 없는 데다 충분한 시간 동안 편안한 서비스를 받으니 너무나도 흡족한 기분이 들었다. 이렇게 하고서 지불한 금액은 10,000프랑.
우리나라 돈 만원과 비슷한 금액인데 서비스는 너무나 큰 차이가 있는 황홀함이다.
물론 현지인들이 가는 이발소의 비용은 이 절반 수준도 안 되겠지만 말이다.
나는 상상을 뛰어넘는 기분 좋은 서비스를 받았으니 현지 직원에게 팁이라도 줘야겠다고 생각을 했는데 감겨주고 마사지해 준 사람이 달라서 각각 지불하기엔 부담스러웠다.
안 주자니 미안한 감이 들었지만 만 프랑이면 그 안에 팁도 포함된 가격이라 생각해서 이쯤에서 절제했다
그런데 나와 함께 미용실을 간 재미교포 단기 방문객은 당연하다는 듯이 기분 좋게 팁을 쥐어주셨다.
‘아! 문화의 차이인가’
‘단기로 방문하신 분과 장기로 살아가야 하는 사람의 현지화 정도의 차이일까?’
뭐 이런저런 생각이 오갔지만, 깔끔해진 머리스타일과 가벼워진 몸으로 인해 온종일
기분이 말끔해진 하루였었다.
'몸과 마음이 가벼워지는 상쾌한 호사를 두 달에 한 번씩이라도 맛볼 수 있다는 게 어디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