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릴라 마운틴의 입장료는 1,500 달러다

그래서 알려드리는 볼케이노 화산 무료 트레킹 가이드

by 준구

무산제 여행의 매력은 뾰족하게 우뚝 선 5개의 화산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비룽가라고도 불리는 이 지역은 콩고와 르완다 우간다가 서로 국경을 접하는 곳이며

안갯속에 가리어진 해발 4000미터의 산속에는 인간과 유사한 고릴라가 살고 있다.


평지의 고도가 3000미터니 1000미터 정도만 등정을 하면 산의 정상에 도달할 수 있고

고릴라 가족들의 일상을 눈으로 관찰할 수 있다. 문제는 고릴라가 살고 있는 국립공원으로

들어가려면 1,500 달러의 입장료를 내야 한다는 점이다.


제인구달이나 다이안포시 같은 연구자들의 노력으로 영장류인 고릴라가 보호될 수 있었겠지만

‘안갯속의 고릴라’를 만나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값은 여간 만만한 것이 아니다. 무분별한 포획과

지나치게 많은 관광객들로 인한 동물 보호 차원의 제한과 관광수입 사이에서 나온 고가의 해결책 같다.

어쨌든 이곳까지 와서 먼발치로만 산을 보고 가는 것은 뭔가 게운치 않았다. 그렇다고 국립공원 주변을 하이킹만 하는 것으로 입장료 70불을 지불하는 것도 과하다 싶었다.

나와 아들의 입장료로 3,000불을 지불한다는 건 몇 개월치의 생활비를 한방에 소진하는 것이라

그럴 처지는 아니었다. 영상 제작을 위해 비용을 지원받아서 온 것도 아니라 선택의 여지는 없다.

그렇다고 무산제 시내에서 불과 십여 킬로 떨어진 곳을 들리지 않는 것도 이상했다.

문득 드는 생각에 입장료를 징수하는 곳 전까지만 가서 그 둘레를 걷는 것도 나쁠 것 같지 않았다.


구글맵으로 가장 근접한 곳을 확인하고 교통수단을 이용해서 그곳까지 이동했다.

대게는 사파리 차량을 대절하거나 중형버스를 이용하는 관광객이 대부분이어서 단 둘이 다닐 경우는 택시와 모토 자전거 외에는 방법이 없다. 택시도 많지 않으니 먼 길을 들어갔다 공치고 나올 수 있어서 기사는 항상 미터기 이상의 값을 요구한다.


아무튼 우리는 볼케이노 visoke (3,711) 미터와 마운트 Sabinyo (3,642) 미터 사이에 위치한 NR18 거리에 인접해 있는 마을로 들어갔다. 큰길에서도 두 산 사이에 펼쳐진 광활한 목초지와 산야가 눈에 들어왔지만, 더 가까이 접근하기 위해 좁은 길을 끼고 들어가야 하는 마을로의 진입은 엄두가 나지 않았다.

큰길을 따라 걸었을 뿐인데도 무중구 두 사람을 보려고 몰려드는 어린아이와 마을 주민들의 호기심이 부담스러웠다. 그런데 현지인 청년 하나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이런저런 얘기 끝에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서 산 가까이로 가보지 않겠냐는 제안이었다. 생김새나 말투가 점잖아서 그러겠노라 따라나서니 좁고 구불어진 길과 밭의 끝엔 탄성이 절로 나는 산속 마을의 풍경이 펼쳐졌다.


마을의 초입
하늘과 맞닿은 채소밭
비옥한 토양
구름도 쉬어가는 고도
우리를 안내하는 친구들

화산지역의 마을이라 제주도에서 봄직한 아담한 돌담집이 서있고 검붉은 비옥한 토양에선

감자와 각종 허브가 재배되고 있었다. 강원도 대관령 고지대의 배추밭같이 너른 땅이 펼쳐져 있고

고지대의 평평한 목장 같은 분위기도 엿보였다. 군데군데 군락을 이루며 자라고 있는 대나무를 보면 담양의 대나무 숲이 연상되면서 우리의 제주와 강원 전라와 경상 산간의 분위기를 축소해 놓은 듯한 인상을 풍겼다.


천국보다 낯선, 꿈결 같은 아프리카의 산골 마을을 도취된 듯 거니는 중이다.

미처 미러리스 카메라를 꺼낼 생각도 못하고 손에 쥐고 있는 핸드폰으로 연신 사방을 담느라 정신이 없었다. 적당한 바람에 홀리고 실려오는 향기에 도취되면서 초록과 이를 떠받치고 있는 대지의 색감에 정신이 혼미했다. 이색적이며 황홀하게 아름답다는 것으로는 그 느낌을 담아내기가 부족하다.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것 같은 제주의 돌담길을 지나니 확 트인 평야가 드러나고 대나무 숲을 끼고

돌아가니 너른 감자밭이 드러나는데 그곳에서 일하는 아낙들의 미소와 옷의 대비가 어찌나 강열하고 소박하던지. 천국만큼 멋진 꿈 길을 걷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착각에 빠졌다.

현지 청년은 학비가 없어서 대학을 진학하지 못했다며 도와줄 것을 호소하면서 길을 안내했다.

우리를 졸졸 따라다니던 마을 아이들 역시 학교의 거리와 통학 학비의 어려움으로 초등학교도 마치지 못한 아이들이 대부분이라는 이야기도 했다. 마음이 아렸지만 그들의 삶이 좀 나아지기를 기도할 뿐......

마을 투어의 말미에는 젖소를 기르는 집에 들러 직접 젖을 짜는 즐거움도 맛보게 해 주었다. 소를 기르는 아이에게 감사를 표하는 팁을 주었고 두어 시간의 투어를 안내해 준 청년에게도 사례를 해주었다.


현지인의 안내가 아니었으면 들어가는 길과 나오는 길을 찾기도 힘들었을 마을의 면면을 보고 누릴 수 있어서 너무나 좋았다. 안전하게 큰 길로만 걸었으면 감히 접근해서 느낄 수 없던 광경이었다.


허브향 가득한 밭과 하늘
돌로 가지런히 쌓아 만든 마을길
침엽수와 대나무 숲이 조성되어 있다
마을 뒤로 보이는 고릴라서식지 볼케이노산
아름다운 마을 속의 인가
젖을 짜서 우유를 모으기

대체로 무산제를 찾는 여행객은 시간과 비용의 문제로 루혼도 호숫가 쪽을 택하고 볼케이노 산 쪽은

들어와 보지 않는 경향이 있다. 나 역시 1500불을 지불할 수 없어서 그냥 멀리서만 보려고 했다가

한번 용기를 내서 근처까지는 와 본 셈이다.


물론 여행 경비가 넉넉하다면 둘레길 트레킹으로 비용을 지불하고, 이왕이면 고릴라 마운틴까지 가면 금상첨화라 하겠다. 그렇지만 경비가 두둑하지 않다면 제가 걸었던 것처럼 함 용기를 내보시라 제안드린다.


이왕 무산제에 오셨으니 천국보다 낯선, 어쩜 천국의 전초전 같은 꿈길을 함 걸어보심은 어떠하실는지.


도전함으로 얻게 되는 여행의 숨겨진 기쁨을 발견하시라 권하고 싶다.


하늘과 접한 길을 벗어나며
친절했던 친구들과 헤어지며

P.S: 우리를 안내했던 친구는 자신과 이 가난한 이웃을 도와달라는 문자를 계속 보내온다

선한 사마리아인이 이들의 필요를 채워주시면 너무도 감사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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