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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구 Nov 03. 2023

호텔 뷔페가 당기는 날

버스를 타고 시내 호텔로 고고

몸에 어떤 영양소가 부족하니 이를 보충하라는 신호가 온다. 

집에서 만들어 먹는 음식이 뻔하니 가끔은 새로운 것으로 충족시키라며 보내는 사인이다. 

무언가의 결핍은 살짝 눈가를 떨리게 만들고 외적으로는 체중이 준다.

허리띠를 두 번째 칸에다 채우던 것이 한 두 줄이 더 밀려 네 번째 칸으로 이동했다.

한국에서 70을 넘어가던 체중이 이곳 르완다에선 65킬로 이하를 밑도는 수준이다.

덕분에 얼굴선이 날렵해지고 뱃살이 실종되어 청년 때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물론 흰 머리칼과

목과 눈에 드리운 탄력을 잃어가는 피부는 어찌할 수 없지만…… 


그런 이유 등으로 오늘은 시내 호텔의 뷔페에 가기로 했다.

키갈리 최고의 호텔 중 하나인 세레나와 매리어트는 나란히 위치하고 있어서 접근성이 좋다   

우리가 사는 키니냐에서 313 버스를 타면 한 번에 시내인 무무지에 도착한다. 수업이 없는 날이라

아침부터 서둘러서 집을 나섰다. 오전 9시 출근시간이 지난 시점이지만 버스 정류장엔 이미 긴 줄이 늘어서 있다. 시외버스터미널로 향하는 야부고고행 버스와 시내 중심인 무무지행 버스를 기다리는 줄이 엉키듯 꼬여있다. 시내까지 약 7킬로의 거리를 이동하려면 택시는 8,000프랑, 모토는 1,000, 큰 버스는 300, 마을버스 크기의 소형은 250을 지불한다. 

이런 이유로 일반 서민은 특별한 일이 아닌 한 버스를 탄다. 우리나라처럼 정확히 언제 오고 가는지 알 수 없는 버스는 그야말로 운전수 맘대로 사람이 차면 떠나고 자리를 채우면 다음 정류장에서 사람을 더 안 태우기 일쑤다. 그런 버스를 현지인과 같이 타기 위해 줄을 서고 있으려니 무중구를 향한 궁금한 시선의 눈총이 오늘도 여전하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무무지행소형버스 한 대가 텅텅 빈 채로 손님을 기다리는데

사람들은 좀처럼 탑승하려 하지 않았다. 차량은 산뜻한 신형에 시트도 깨끗해서 최상급인데 무슨 이유일까?  궁금증은 곧 해결되었다.

새로 나온 전기버스라 공해도 없고 편안한 승차감을 주지만 버스비가 500프랑으로 일반의 두 배 값이었다. 일이 급한 사람들 몇몇만 올라타서 넉넉한 공간과 좌석에 의지해서 호텔로 이동했다.  

                                                            평소의 일반버스

텅빈 전기버스

세레나호텔 2층에 자리 잡은 뷔페식당은 호텔의 품격과 격조가 느껴지기에 충분한 고급진 분위기다. 테라스 아래에는 온갖 나무가 우거진 사이로 넓은 수영장이 펼쳐져 있어서 숲 속 한가운데에 들어온 안온함이 느껴진다.  

사람들도 그렇게 붐비지 않아서 내가 원하는 파스타를 바로 주문해서 받을 수 있다. 방금 만들어 낸 갓 구운 쇠고기 스테이크와 온갖 열대 과일들이 즐비해서 내 몸에 부족했던 비타민과 샐러드 땅콩류 등을 원 없이 담았다. 르완다는 바다를 접하고 있지 않아서 회나 해산물 등을 찾아볼 수 없지만 구워낸 띨라피아나 찜으로 나오는 생선도 맛이 좋다. 

25,000프랑이라는 적지 않은 비용이지만 고급호텔에서 만들어 내는 맛과 품격 서비스를 즐기다 보면 그 값 이상의 만족을 느끼기에 흡족하다. 한국에서라면 이만한 가격으로 여유 있게 식사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접시가 비기 무섭게 종업원들이 그릇을 비워가면 새롭게 음식을 담아서 자리에 앉는다.


함께 자리한 사람들과 테이블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몸과 마음이 빠르게 회복되는 힐링을 경험한다. 바쁨과 분주함을 내려놓고 맛난 음식에 집중하고 대화의 꽃을 피우다 보면 타국에서의 피로가

조금은 해소되는 카타르시스가 찾아온다. 테라스 바깥으로 눈을 돌리면 나무숲 사이로 수영을 하며 햇살을 즐기는 사람들도 보인다. 평화로운 모습과 즐거운 웃음이 내게로 전해진다.  석 달 치 월급이 들어오는 각 분기에 한 번은 이런 호화로운 여유를 즐기자고 제안했었다. 이렇게 서로를 격려하고 맛난 것도 먹으며 힘을 내야 1년을 잘 견뎌낼 수 있으니 무리해서라도 이런 시간을 갖자고 했었다. 

매리어트 호텔
세레나 호텔
테라스에서 본 세레나 호텔 수영장
차려진 음식


그래서였는지 파견 나온 동기들 모두는 무탈하게 어려움들을 이겨내고 마지막 결실을 맺는데 전념하고 있다.  

이런 식탁을 통해 위로와 격려가 이어졌고 좌절과 시련이 해소되었다.  

기름진 음식은 우리 몸에 양분과 에너지를 공급해 주었고 나눈 대화엔 잔잔한 따사로움이 녹아있었다.  

맛과 향과 온정이 흐르는 식탁에서 행복한 충만을 경험한다. 

그건 이곳이 5성급의 호텔이기 때문은 아닐 것이라 믿는다

음식이 달고 맛이 황홀해서가 아니라 함께한 사람들의 향이 더 진하기 때문이 아닐까? 


만남의 시간이 제한적이니 더욱 성실하기를……

육체와 영과 혼이 촉촉해지는 시간이다. 




환율/ 1달러 : 1,200 르완다프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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