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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구 Nov 28. 2023

아프리카에서 비가 내린다는 의미는

비를 퍼붓다  다시금 화창해진 날

지금 르완다는 우기철이다.

하루에도 수차례 비가 내리다 말짱하게 날이 개이곤 한다. 금방 화창해진 하늘의 태양과 구름을 보노라면 개구쟁이가 장난이라도 치는 듯 그야말로 변화무쌍이다.

어제는 이른 아침부터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1교시부터 치르기로 한 시험에 차질이 빚어지는 순간이다. 출근시간에 맞춰 내리기 시작하는 비는 모든 것을 멈춰 세운다. 억수같이 퍼부어대는 비는 우산을 속수무책으로 만들고, 일반 버스와 오토바이 운행을 멈춰 세운다. 걸어서 학교에 오는 학생들도 비가 잦아들어야 집에서 출발할 수 있으니 모든 일정은 자동적으로 순연된다. 8시 30분에 수업이 시작되지만 한 시간이 미뤄지고 두 시간쯤이 지나야 학생들과 선생님의 등교가 완료된다. 이런 날은 출석체크를 굳이 하지 않는다.


집에서 학교까지의 거리가 먼 친구들은 속수무책으로 지각을 하거나 결석을 하게 되고 이에 대해 당연히 관대하다. 잠시 미국에 살 때, 조금이라도 눈이 많이 올 기세면 학교에 휴교령이 내린다는 통보를 방송에서 내보내는 것처럼 이곳에서도 기상의 변화가 일상을 지배한다.    

비가 오는 우기철이어야 자연도 푸르르고 작물들도 잘 자라지만 사람들은 때때로 불편을 감수해야만 한다. 그래서 오늘은 어제 다 치르지 못한 시험을 연장해서 보느라 일반 수업시간이 사라지고 다시 시험을 치르고 있다. 비가 내리는 우기철은 모든 게 꿉꿉하다.

학생들은 잘 마르지 않은 옷을 입고 반에 따닥따닥 붙어 앉기에 불쾌한 냄새가 피어오르곤 한다.

창문이라도 활짝 열어두고 수업을 하고 싶지만 아침나절의 기온이 추운 느낌으로 떨어지기에

학생들은 좀처럼 창문을 열어두기를 주저한다. 너무 추위를 타서 나만 좋으라고 문을 열어두기가 미안하다. 조금 답답하고 냄새가 역하지만 서로를 존중해야 하기에 최소한의 환기를 위한 창만을 열어 둔다.  


이런 날이면 시내에 살면서 시외로 출퇴근하는 봉사단원들의 삶이 팍팍해진다.

비는 내리치는데 버스는 기다려야 하고 만원 버스에 올라타서 자리를 잡는다 해도, 비에 젖은 사람들의 체취와 옷과 가방에서 풍기는 쾌쾌한 냄새가 힘겹기만 하다. 창이라도 활짝 열어 젖히면 좋으련만 비를 막아야 하니 문이 꽁꽁 닫힌다. 나는 학교까지 걸어 다녀서 잘 모르지만, 1시간 이상을 버스에서 보내야 하는 봉사단원의 처지는 정말 상상이상의 인내를 고하는 시달림이다. 이는 수업시간 잠깐을 견뎌야 하는 나의

어려움에 비하면  비교가 안 되는 힘듬일 것이다.  


오늘도 아침부터 흐리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화창하게 날이 개였다.

비는 대지를 촉촉하게 적시며 개울을 흐르게 만들었고 작물들은 그 틈에 키가 한 뼘씩은 자랐으며 땅 속에 자라는 감자와 고구마는 그 튼실함을 더하고 있다.  아프리카에서는 바짝 말라 들어가는 건기보다는 그나마 수량이 풍부한 우기가 더 바람직한 날들 인지도 모르겠다. 물은 생명의 근원이고 이는 사람이나 동물 그리고 식물 모두에게 필수적인 요인이기 때문이다.  


비 온 후 개인 날의 공기는 평소 때보다 훨씬 상큼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지붕 아래로 옮겨두었던 빨래를 다시 볕 아래로 내다 놓아야 하는 시간이다.

자칫 비를 맞혔던 옷들은 어쩔 수 없이 꿉꿉한 냄새를 진동시키겠지만 그래도 비는 꼭 필요한 하늘의

축복일게다.


하루 더 늘어난 시험 날이지만 모두들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

이곳은 아프리카니까 , 모든 변수에도 여유로울 수 있는 땅이니까,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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