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광장에서 의자에 앉아 숲을 바라본다
하늘이 유난히 파랗고 푸르른 날 도심을 걸었다.
저녁 무렵에 잡힌 서촌에서의 약속을 염두에 두며 교보문고와 광화문광장을 거슬러 목적지에 이를 생각이었다. 서점에 들어서자 목재인테리어와와 책에서 나오는 독특한 향기가 상큼하게 번졌다. 이곳에 오면 서가의 배치와 공간의 쓰임이 조금씩 바뀌는데 이런 변화를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진열된 책과 베스트셀러에 눈을 돌리며 훑어보다 지상으로 나왔다.
세종대왕동상에서 광화문 쪽으로 걸으니 넓게 확장한 광장에 아기자기한 숲과 벤치가 눈에 띈다. 도심을 찾은 사람들에게 쉬어 갈 자리를 내어준 배려와 같은 나무 그늘.
확연히 늘어난 외국인과 내국인 모두 너른 공간에 어우러진 푸른 숲에서 잠시의 여유를 즐기고 있다. 외국의 어느 광장에서 느끼던 편안함을 우리의 도심에서도 누릴 수 있다는 게 이색적이면서도 으쓱한 마음이다.
나무로 둘러진 자그마한 숲에서 바라본 도심의 빌딩이 이채롭게 아름다웠다. 이전의 광화문은 양쪽차로가 온통 차량들로 가득해서 행인들은 바삐 걸음을 재촉하느라 정신없었지만, 인도가 확장되고 광장에 숲이 가꿔지면서 사람이 공간의 주인공이 되었다. 멈춰서 주변을 살필 여유와 바라보고 쉬며 관조할 수 있는 쉼을 얻은 것이다. 길가의 커피숍과 세종문화회관 앞의 문화공간 앞에 앉은 사람들이 보인다.
음료를 사이에 두고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가 하면 홀로 책을 읽는 이들은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든다. 솟구치는 분수와 잔잔하게 흐르는 물길을 따라 걸으면 벽면에서 흐르는 물줄기들이 평화로움을 더해준다.
유적터임을 알리며 유리 테두리를 둘러놓은 곳을 만나니, 이 공간이 조선조 때 번성했던 주작대로의 양 측면이었음을 더욱 실감 나게 한다.
하늘은 높고 파래서 뭉개 구름은 희어 더덩실 춤추듯 흐르는데 우뚝 선 빌딩과 광화문의 현판은 멋스럽다. 경복궁 앞엔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외국인들이 추억을 남기느라 연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부종합청사를 지나 통인시장 쪽으로 유유히 걸으며 우리의 도심을 즐기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한때는 불심검문에 위축되어 주변을 살피며 불안하게 걸었던 길이었고, 촛불을 들어 비장하게 나서야만 했던 대치의 공간이었건만 이런 평화와 여유로움으로 활보할 수 있다니……
광장에 나무 한 그루를 심는다는 건 새로운 사고의 전환이다.
도심에서 숲을 발견한 날, 더 자주 거닐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