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완다 국민의 입장에서 본 대통령선거
웬만한 이변이 아닌 한, 전 국민 95% 이상의 절대지지로 카가메 대통령이 연임하게 될 르완다 대선이 끝났다. 총선과 대선을 동시에 치른 7월 15일이 갓 지나 개표가 이뤄져야 확실해지겠지만 어느 누구도 그의 당선을 의심하지 않는다.
1994년 르완다 사람들은 종족이 다르다는 이유로 타 종족을 증오하며 말살하려는 대대적인 살육을 자행했다. 르완다의 대다수 80%에 해당하는 후투족은 유럽이 아프리카에 눈독을 들이기 전에도 15%에 못 미치는 투치족의 지배를 받아왔다. 나라가 작았던 유럽의 벨기에는 1918년 패전국 독일로부터 이 지역을 이양받아 위임통치에 들어갔고 기존의 정치 지형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키가 크고 기골이 장대한 투치족을 자신들의 지배 파트너로 삼아 지속해서 5%인 트와족과 80%인 후투를 다스리게 했던 것이다. 그러다 1960년대 아프리카 대륙이 유럽으로부터 독립하기 시작하자 후투족은 그 수를 앞세워 권력을 되찾았고 이런 지속적인 파워게임으로 종족 간의 내전이 끊이지 않았다.
우간다로 피신했던 투치 지도자 카가메는 우간다에서 투치출신의 대통령이 집권할 수 있도록 군사적인 도움을 주면서 영향력을 키워나갔다. 르완다를 둘러싼 인근 접경지역인 콩고 우간다 탄자니아 국경에서는 정부군과 반군의 교전으로 편할 날이 없었다. 이런 극한 갈등을 매듭짓고자 투치족으로 결성한 르완다 애국 전선(RPF)은 르완다 정부와 1993년 8월 탄자니아 아루샤에서 평화협정을 맺었다.
그러나 1994년 4월 6일 후투족 출신 르완다 대통령 쥐베날 하뱌리마나와 부룬디 대통령 시프리앵 은타랴미라가 비행기 요격 사건으로 수도 키갈리 근처에서 사망하면서 당시 르완다정부가 즉시 투치족을 죽이라는 명령을 내리기 시작한다. 대통령을 요격한 세력이 투치족일 것이라 여기고 투치족을 바퀴벌레에 비유하며 민간인들에게 칼을 쥐어주며 투치족 학살의 대열에 참여할 것을 촉구한 것이다. 미디어를 통한 이러한 선전선동과 충동으로 부부사이에서 뿐만 아니라 친인척과 이웃사이에서도 투치족에 대한 가차 없는 살상이 자행되었고 평화를 부르짖는 투치족 일부에게도 만행을 저질렀다. 1994년 4월~7월까지 단 100일 만에 대략 50~80만 명이 학살되는 참사가 벌어진 것이다.
이러한 혼란의 아수라장에서 RPF의 지도자였던 카가메는 신속하게 키갈리로 진입해서 혼란을 평정하고 질서를 회복해서 사회를 안정화시키며 살육의 아픔을 화해로 보듬는 정책을 유지했으니, 국민들은 당연히 그를 지지하지 그의 정책에 환호했다. 2003년 대통령으로 선출되어 7년씩 3선을 연임했고 이번 선거 직전에
5년 중임제로 법을 바꾸었으니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향후 10년간 카가메 대통령의 권력은 지속될 것이다.
카가메 대통령은 지난달 한. 아프리카 정상회의의 참석을 위해 우리나라를 찾았다. 그의 방문이 벌써 4번째인 것은 그만큼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을 자기 나라의 롤모델로 삼고 싶음을 공공연하게 표명한 셈이다.
윤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도 어김없이 르완다의 경제개발을 위한 의료 교육 IT 전반에 대한 투자와 교류 활성화를 주문했다. 카가메 대통령 개인적으로는 연세대학교에서 명예박사학위를 수여받는 기쁨을 맛봤다.
세브란스병원의 첨단 의료기기와 시설을 둘러보며 선진 의료 수준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대한민국의 발전을 선도한 대학이 학문을 통해 사회를 견인하는 것에도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의 수락 연설에서도 나타나듯 연세대학을 비롯한 대한민국 유수 대학과의 교류를 통해 자신의 나라를 발전시키고 싶다는 간절함을 담아냈다.
“What is the purpose of public policy? Let me put it succinctly, in light of my country’s experience: The purpose of public policy is to make our citizens safe, united, free, creative, and prosperous, more or less in that order.” President Kagame | Acceptance Speech as he was awarded an Honorary Doctorate in Public Administration by Yonsei University.
“공공정책의 목적은 무엇인가? 우리나라의 경험에 비추어 간결하게 설명하겠습니다. 공공 정책의 목적은 우리 시민들을 안전하고, 단결하고, 자유롭고, 창의적이고, 번영시키는 순서로 만드는 것입니다.” 카가메 대통령 | 연세대 행정학 명예박사학위 수락연설.
르완다에도 정부에서 공을 들이는 훌륭한 대학과 좋은 시설의 사립대학도 존재한다. 카네기멜론 같은 미국 대학은 키갈리에 아프리카 캠퍼스를 지어 대학원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인 선교사들은 신학대학으로 시작했다가 종합대학 시설로 바꾸라는 바람에 전환을 통한 인허가 문제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무튼 르완다에서 1년이란 시간을 보냈다는 이유로 한국에 돌아와서도 아프리카 소식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99%라는 국민의 절대적 지지로 30년에 이르는 장기 집권 체제를 구축한 카가메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부상하는 그의 아내와 딸의 행보를 눈여겨본다.
초심과 변심 욕심은 두리뭉실한 체로 우리에게 다가오지만
다시금 르완다의 경제적 민주적 번영을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