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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K Nov 03. 2024

불편한 옷은 결국 입지 않는 것처럼

편안하다는 건 나와 잘 맞는다는 것이다

나는 치마보단 바지를 주로 많이 입는다.

앉아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오랫동안 같은 자세로 앉아 있어도 편안한 옷을 선호하는 편이다.


며칠 전에는 상의와의 조화를 고려하다 보니 자주 입지 않는 달라붙는 검은색 바지를 입었다.


편안하게 통이 넓은 바지를 입다가 오랜만에 다리에 딱 달라붙는 바지를 입었더니

(심지어 잘 늘어나지 않는 소재였다)

하루 종일 다리가 저리고 혈액 순환도 잘 되지 않는 느낌이었다.


하루 종일 옷에 시달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음 날은 다시 원래 내가 자주 입던 편안한 옷을 찾았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이런 경험을 한 번쯤은 해봤을 거다.






불편과 편안, 단순히 옷뿐이겠는가.

요 근래 다양한 경우에 많이 느끼는 것이 바로 이 '불편함' '편안함'이다.


처음 겪는 상황이나 처음 접하는 환경, 처음 만난 사람은 당연히 불편할 수밖에 없다.

생소하고 낯설고, 내가 여기서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할지 잘 모르니까 말이다.


그래서 “적응”이라는 말이 있는 것 아닐까 싶다.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적응하고 서서히 편해지는 건 자연스러운 과정이고 마땅히 겪어야 할 순서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겪는 편안함과는 다르게 처음부터 느껴지는 <느낌>, <결>이라는 것이 있다.


처음 보는데도 유독 끌리는 사람, 일면식도 없는데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

크게 낯설지 않고 편안하게 녹아드는 환경, 마치 원래부터 내가 있었던 것 같은 공간...


내가 애쓰지 않았는데도 자연스러운 편안함을 느끼게 되는 것들이 있다.


이 느낌과 결을 찾기 위해서는 내가 나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하는 것 같다.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나는 어떤 스타일이 잘 어울리는지,

어떤 공간에 있어야 안정감을 느끼는지 등 나에 대해 깊이 있게 알아가다 보면,


나와 잘 어울리고 잘 맞는 느낌과 결을 보다 빨리 찾아낼 수 있고,

조금 더 편안하면서도 나다운 삶에 가까워질 수 있는 것 같다.




편안함을 느낀다는 건 결국 내가 그것과 잘 맞는다는 의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불편한 건 의도하지 않아도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되니까 말이다.


편안하고 그래서 자꾸 찾게 되고, 자주 찾으니 익숙해지고 그것이 결국 나의 일부가 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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