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역니은 Jul 20. 2023

나의 결혼일지07 - 식사에 관하여

니맛도 내맛도 아닐 땐 내맛으로 먹자



이영자 님이 비보(VIVO) 티브이에서 말씀하셨다. 

결혼생활에서 입맛보다 중요한 건 없다고, 입맛 안 맞으면 빨리 헤어지라고.


역시 신기루 님도 말씀하셨다. 식구(食口)라는 게 같이 밥 먹고 살아서 식구 아니냐고. 

그거야말로 평생 함께 하는 엄청, 제일 중요한 일이라고.


먹는 건 나에게도 크나큰 기쁨이다. 지금은 나이 탓인지 전보다 식욕도 덜하고

일단 소화할 능력 자체가 크게 줄어서 자연스레 덜 먹게 되었지만.


'떡볶이'와 '애슐리(이랜드에서 출시한 뷔페 브랜드)'는 내 영혼의 식사였고 

나는 그때나 지금이나 뭐 하나에 꽂히면 그것만 질릴 때까지 먹기 때문에


나랑 같이 밥 먹는 친구들이라면 으레 떡볶이를 먹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한정적인 메뉴 선정 때문에 

나와 쉽게 밥을 같이 먹어주지 않거나, 그걸 먹고 싶을 때 나를 찾거나, 아님 양보해 주었다···

(착하기도 하지).


왜 떡볶이를 예로 들었느냐면, 떡볶이에 대한 애정이 애슐리와 비교했을 때 크게 차이나서가 아니라

한 끼에 약 2만 원이었던 뷔페는 학생이었던 우리에게는 기념일같이 특별한 날에만 갈 수 있는 곳이라

일상적인 식사를 하기 위해 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그러나 나는 적립 포인트만으로 한 끼를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애용했다).


나는 저렇게 식욕이 넘쳤지만 이상하게 사귀는 사람마다 나와 반대이지 뭔가.

생존을 위해 한 끼를 먹을 뿐, 항상 뭔가를 먹고 싶어 하는 나를 신기하게 생각했다.

남편도 마찬가지이다. 그냥 한 끼 먹으면 되는 거지, 란다. 


나에겐 그 한 끼 한 끼가 너무 중요한데!


내게 식사가 그토록 중요하다고 부르짖는 건, 식사가 한정적인 기회였기-이기 때문이다.

(현재진형이기도 하고 과거이기도 해서 시제를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네) 


생각해 보라, 하루에 딱 한 끼, 혹은 두 끼만 먹을 수 있다면 그 기회에 최선을 다하지 않을 수 없잖은가.

나는 일주일에 5킬로를 빼고 하루 만에 5킬로가 찌는 식으로 절식과 폭식을 반복해 가며 

20대 전부를 혹독한 수준의 다이어트에 갈아 넣었고 거울 속의 나를 열심히 싫어했다.


원푸드, 마녀수프, 덴마크, 황제, 키토 등등 다이어트란 다이어트는 다 섭렵했고 시술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렇게 뺀 살은 금방 다시 돌아왔고 내가 원하는 만큼의 가시적인 효과를 가져온 적도 없다.

객관적으로 건강한 다이어트를 하지 않은 당연한 결과라서 딱히 할 말은 없다···.


건강하지는 않았지만 다이어트 기간이 길어진 만큼, 나름의 다이어트는 일상이고 습관이 됐다. 

아무리 배고파도 6시 이후에는 저녁을 안 먹고, 탄수화물도 최대한 안 먹고, 대중교통에서는 서있고 그런 것들.


습관은 무척 강박적이고 철저해서 6시 이후 저녁 약속에는 꽤 까다로운 편이고 약속을 잡는다면 샐러드를 먹었다. 이제는 그게 지키기 어렵지 않고 편하다. 오히려 내 습관에서 벗어날 때 속이 안 좋다.

(지금은 무척 관대해져서 저녁 6시가 넘어도 쌀밥 조금을 저녁으로 먹기도 하지만) 


가족들은 그런 나에게 익숙해져서 당연히 밥을 주지 않게 되거나 내가 푸게 했다.

남편도 그런 내게 익숙해져서 잔소리는 하지만 강요하지는 않고, 내게 맞춰서 식사하지도 않는다.


우리는 각자 먹고 싶은 것을, 원하다면 다른 시간, 다른 장소에서 먹는다.

(오늘 내 점심은 카페마마스 샌드위치, 그는 순댓국에서 급하게 선회한 집밥이었음)


남편이 내게 해주는 배려는 저녁 시간이 늦어지지 않게 하려는 것 정도이다.

나는 내 식사시간 기준보다 늦어져도 남편과 같이 먹으려고 하고

(사랑꾼이라서 남편과 같이 먹고 싶다) 


무조건 탄수화물 없이 먹으려고 하지 않는다.

양이 적어진 만큼 자연스럽게 적당하게, 조절해서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나이가 들면서 스스로에게 전보다 많이 너그러워졌기도 하고.


이렇게 되기까지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다.

내가 날 갑자기 뜨겁게 사랑하게 된 것도 아니고, 

'특정한 어떤 날씬함'에 대한 선망 의식이 사라진 것도 아니고.


그냥 적당히 하는 편함에 익숙해진 거고 안달복달하는 괴로움을 겪어 봤기 때문이다.

정말이지, 날씬함에 집착해 살았던 그 시절의 나는···정말이지···제정신이 아니었어······.

(드라마 속 예민함이라는 미명의 싹수없는 안하무인 연예인 같았음)


이번 이야기의 '결'은···식사에 관해서는 서로를 존중해 주자는 것이다.

먹고 싶은 걸, 먹고 싶은 때에, 먹고 싶은 장소에서 맘껏 먹도록.


그의 메뉴 선정에는 어떤 애달픈 사연이 숨어 있을지 모른다고요. 

작가의 이전글 나의 결혼일지 06 - 비밀에 관하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