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10
커피는 어렵다. 적당히 거리를 두고 즐길 수 있어야지 너무 깊게 들어가면 헤매기 일쑤다. 다른 모든 일들이 그럴 것이다. 처음 바리스타학원을 등록하고 학원을 다녀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자격증이라도 하나 더 따놓으려는 마음이 컸다. 10년도 더 전에 커피머신을 사서 아직도 나름 잘 쓰고 있지만 홈카페 메뉴라고 해봐야 아메리카노가 전부였다. 그래도 원두맛을 쪼금은 알아서 테라로사 원두를 배송받아서 쭉 즐겨오고 있었다. 학원을 다니면서 정말 내가 늦은 게 아니구나 싶은 마음부터 젊은 친구들이 열심히 배우려고 하는 모습에 경각심마저 들기도 했다. 난 도대체 뭘 하고 살았던 것인지.... 내 또래 아줌마들부터 더 나이 많은 분들까지 남녀노소 연령층도 다양했고 배움에 있어서 나이가 걸림돌일 수 없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처음에는 머신을 다루고 원두를 추출하는 과정들이 많이 조심스러웠다. 수십 번씩 똑같은 동작을 반복하고 익히면서 조금씩 손에 익어갈 때쯤 에스프레소 추출도 매번 똑같은 맛을 내는 것이 여간 어렵지 않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손에 익을수록 더욱더 조심스러워지는 면이 있었다. 태그커피를 덥석 인수받고 카페를 운영하고 있지만 가장 무서운 것이 커피맛이다. 전 사장은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유튜브 많이 보고 따라 하면 다 된다고 쉽게 말했다. 어쩌면 본인도 어려운 부분까지는 깊숙이 알려고 하지 않고 살았는지도 모르겠다. 에스프레소는 그라인더로 갈아내는 입자의 두께부터 원두량과 추출시간과 추출량, 포터필터에 가해지는 탬퍼의 압력까지 섬세한 부분이 맛을 좌지우지하게 된다. 원두에 미치는 날씨나 온도등의 외부 영향까지는 접어둔다고 해도 하루하루 맛이 달라질 수도 있는 것이다. 맛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바리스타의 첫 번째 일이다. 매일 수십 잔의 커피를 추출하면서도 맛을 보지 않고 그저 팔기 급급하다면 그건 장사꾼의 마인드일 뿐이다.
나도 처음에 쉽게 생각했던 부분들이 너무 무섭게 큰 짐으로 다가오고 계속 더 배우고 익혀야 될 것 같은 강박들이 생겨나고 있다. 자격증 하나 만으로 모든 것이 인정되고 충족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절실히 깨닫고 있다.
내가 기계를 알아야 하고 조절할 줄 알아야지 진정한 바리스타다. 손맛으로 끝나는 음식이 아니라 섬세한 기계작업이 필요한 것이다. 가게는 점점 어려워지고 한 주 한 주 지날수록 현실로 다가오는 금전적인 공포들이 있다. 그래도 이럴 때일수록 더 배워가면서 하나씩 다져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겨우 2-3달 운영해 놓고 모든 것을 통달한 듯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 실패가 불 보듯 뻔하더래도 일단은 조금씩 더 나아지는 태그커피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