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한 과장님과의 저녁식사

by 제이

내가 인간적으로 좋아하던 과장님이 퇴사를 했다.

좀 충격이었지만, 그 충격도 시간이 조금 지나니 사그라들었다.

과장님은 몇 번이나 자기 이직한 회사에 언제 한번 놀러 오라고 했다.

그 언제가 언제인지 모르겠지만, 암묵적으로 미래의 그 특정하지 않은 날짜를 지칭하는 것에 서로 동의했다. 오늘은 괜히 우울해서 과장님께 카톡 했다.

"과장님, 저도 이직하고 싶네요...."

그 카톡을 뒤로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다가,

과장님 말했다.

"언제 함 놀러 와"

내가 말했다.

"오늘 갈까요?"

"오늘 괜찮을 것 같다."

그래서 강남역에서 만났고, 사람이 없는 조용한 식당을 찾다가 엄청 멋진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와, 과장님 저 이런데 100년 만에 왔어요."

"응, 나도 그래"

우리는 스테이크, 파스타, 샐러드를 시키고,

신나게 얘기했다.

우리 회사는 굉장히 보수적인 회사에 속하고, 10년 동안 과장님은 이곳에서 일했지만 스타트업 기업으로 이직한 지 2개월 만에 내가 말하는 보수적인

문화가 너무 낯설다고 했다.

내가 겪어보지 못한 스타트업 회사의 기업문화와

그들의 업무 하는 방식을 들어보니 신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타트업이든, 큰 기업이든

모든 것을 다 떠나 조직은 조직이고, 나는 조직 밖의 삶을 꿈꾼다고 했을 때, 과장님은

“그건 모두가 하는 생각이야. 매우 일반적인 생각이고, 특별히 제이 너만 고민하는 게 아니야.

나간다고 대안이 있겠니 망하는 자영업자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 말을 들었을 때는 조금 서운한 것 같았다. 지금 내 머리를 아프게 하는 하는 고민들이 다 모두가 하는 고민이라니…

나는 나름대로 회사 밖의 삶을 꿈꾸기 위해서 이런저런 시도들을 하는 건데… 이런 노력들이 다 쓸데없는 일인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 욕망에 대해서 얘기했다. 진짜 원하는 게 뭐냐고. 우리의 욕망은 짬뽕되어 있어서 어쩔 때는 본인이 정말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모를 때가 많다고… 그러고 보니 내가 정말 원하는 게 뭔지 헷갈렸다.


경제적인 자유인 건지, 사람들의 관심과 환호인 건지, 아니면 퇴사 그 자체인 건지….


두 시간 동안 얘기를 했지만, 답은 내리지 못했다.

그리고 우리는 헤어졌다.


집에 가는 길에 과장님에게로부터 카톡이 왔다.


“잘 들어가. 내가 위험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한건 어디까지나 내 경험이고 그런데 진짜 내가 아끼는 후배라고 하면 막 지르란 말은 못 하겠다.


그런데 과감하게 성공하는 사람들 보면 주체 못 할 힘으로 어떻게든 하더라고 글도 진짜 꾼들은 아마추어들이 고민할 동안 이미 쓰고 있고 난 제이가 이야기한 대로 보수적으로 살았던 사람이고

제이가 시도하는 것들은 정말 응원하고 멋있다고

생각해”


방향을 잃고 흔들릴 때 이렇게 말해줄 수 있는 선배가 있는 게 너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듣고 싶은 말이 아니라, 정말 진심으로 우러나오는 말을 해주는 과장님이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누구나 흔들린다.

누구나 갈등하고, 고민한다.

고민으로 인해서 답답한 마음을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을 때도 있고, 그 답답함 때문에 충동적으로 무슨 일을 행하고 싶을 때도 있다.


그럴 때, 그 길을 한 발자국 앞에 걸어간, 그리고 당신을 아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참 다행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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