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이 Apr 19. 2020

홈파티 중 갑작스러운 발 논쟁

코로나로 외출도 힘들고친구들의 얼굴을 보기가 힘든 요즘이다우리는  답답한 상황을 조금이나마 타개해보고자 친구들이랑 우리 집에서 소소한 홈파티를 하기로 했다.  

 

 친구들은 조금은 특별한 이력을 가진 친구들이다

Y 미국에서 태어났고거주 경험도 어느 정도 있다. Y 굉장히 섬세하면서도 배려심이 많은 친구다

H라는 친구는 아프리카에서 2년간 일을  경험이 있다그리고  친구는 굉장히 합리적이고 열려있는 사고를 하는 친구다나는  친구들이랑 대화하고 시간을 보내면서 뭔가  관점이 확장되고 풍부해지는 경험을 하곤 한다.  

 

H 나는 미리 만나서 장을 보고 파스타카나페샐러드를 만들었다거창하지 않지만우리는 만족스러웠고오랜만에 만나서 맛있는 거 먹고 대화하는 게 마냥 즐거웠다

 

나의 주량은 맥주는  300cc, 와인은  반잔이다 정도 먹으면 나는 알딸딸하게 취해서 빨개진 얼굴로 비실비실 웃곤 한다. 친구들을 오랜만에 만나서 좋아서인지 나는 순식간에 파스타와 와인 반잔을 마시고 어느새 빨간 얼굴로 웃고 있었다그리고 친구들을 놀리는 게 재미있었다

대화를 한창 하던 , Y  벽에 붙여져 있던 신발 사이즈 비교표를 보고 말했다

 

 

Y : 언니  비교표  이상한  같아!

?ㅋㅋㅋㅋㅋㅋㅋ

Y : 나는 한국 사이즈로는 250mm 신는데미국 신발은 7이나 7.5 신거든 비교표는  맞아떨어지지 않는  같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교표가 문제냐 발이 문제지

Y:  충격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

H: 누나 너무 한 거 아니에요? Y발이 문제라니

Y:  발이  볼이  넓긴 하지만그래도 문제라니 그게 무슨 말이야 ㅋㅋㅋㅋ

아니 비교표는 그냥 가장 일반적인 기준치를 표현하는 거잖아특수한 상황이랑 비교해서 이상하다고 보기에는  그렇지 않나?

Y: 아니 그래도  발이 문제라기보다는  비교표와 상황이  맞을 수는 있는데그게  발이 문제라고 하기에는  그렇지 않아ㅋㅋㅋㅋㅋ

 

 상황에서 누구 하나 기분 나쁜 사람은 없었다다만서로의 다른 생각에 대해서 얘기하고 서로의 차이를 한번 좁혀보고자 설득하는 과정을 거쳤다

 

나는 획일적이고 일반화된 틀인  비교표에 Y 발을 맞추고 있었다 틀에 맞지 않는 Y 발이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Y H  각의 상황이  획일화된 틀과 맞지 않는다면오히려 획일화된 틀이 틀릴 수도 있다고 얘기했다

 

얘기를 듣고 보니 그랬다아무리 기준을 잡고 틀을 잡았다고 하더라도 다수의 경우가  틀에 맞지 않는다면  틀은 틀린 것이다그리고 기준은 다시 잡혀야 한다나는  기준을 맹신하고 있었다 기준은 틀린 게 아니고 기준에 맞지 않는다면 그건 특수한 상황이라고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다

아차 싶었다그게 아닐 수도 있는데 말이다

 

요즘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회사를 퇴근하면 집에서 혼자 밥 먹고 글도 쓰고주말에도 혼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그런 생활을 지속하자내가 생각하는 게  정답이고당연히 다른 사람들도 이렇게 생각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친구들과 얼굴을 보고 대화를 나누고서로 다른 관점을 얘기해 보니 생각이  정답이 아님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되었다관점을 확장시키기 위해서  아프리카로 떠나야 하거나미국으로 떠날 필요는 없는  같다이렇게 다양한 생각을 하는 친구들과 대화하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해 가는 과정을 거치면서 내가 환기됨을 느꼈다

 

, Y 발이 문제가 아니라 기준표를 맹신하는 획일화된 사고만을 하는 나일 수도 있구나.. 

매거진의 이전글 닭가슴살 공짜! 게스트 하우스 반값!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