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파티 중 갑작스러운 발 논쟁

by 제이

코로나로 외출도 힘들고, 친구들의 얼굴을 보기가 힘든 요즘이다. 우리는 이 답답한 상황을 조금이나마 타개해보고자 친구들이랑 우리 집에서 소소한 홈파티를 하기로 했다.


이 친구들은 조금은 특별한 이력을 가진 친구들이다.

Y는 미국에서 태어났고, 거주 경험도 어느 정도 있다. Y는 굉장히 섬세하면서도 배려심이 많은 친구다.

H라는 친구는 아프리카에서 2년간 일을 한 경험이 있다. 그리고 이 친구는 굉장히 합리적이고 열려있는 사고를 하는 친구다. 나는 이 친구들이랑 대화하고 시간을 보내면서 뭔가 내 관점이 확장되고 풍부해지는 경험을 하곤 한다.


H와 나는 미리 만나서 장을 보고 파스타, 카나페, 샐러드를 만들었다. 거창하지 않지만, 우리는 만족스러웠고, 오랜만에 만나서 맛있는 거 먹고 대화하는 게 마냥 즐거웠다.


나의 주량은 맥주는 딱 300cc, 와인은 딱 반잔이다. 이 정도 먹으면 나는 알딸딸하게 취해서 빨개진 얼굴로 비실비실 웃곤 한다. 친구들을 오랜만에 만나서 좋아서인지 나는 순식간에 파스타와 와인 반잔을 마시고 어느새 빨간 얼굴로 웃고 있었다. 그리고 친구들을 놀리는 게 재미있었다.

대화를 한창 하던 중, Y는 내 벽에 붙여져 있던 신발 사이즈 비교표를 보고 말했다.


신발 사이즈.jpg


Y : 언니 저 비교표 좀 이상한 것 같아!

나: 왜?ㅋㅋㅋㅋㅋㅋㅋ

Y : 나는 한국 사이즈로는 250mm를 신는데, 미국 신발은 7이나 7.5를 신거든. 저 비교표는 딱 맞아떨어지지 않는 것 같아.

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비교표가 문제냐, 네 발이 문제지

Y: 와 충격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

H: 누나 너무 한 거 아니에요? Y발이 문제라니.

Y: 내 발이 발 볼이 좀 넓긴 하지만, 그래도 문제라니 그게 무슨 말이야 ㅋㅋㅋㅋ

나: 아니, 저 비교표는 그냥 가장 일반적인 기준치를 표현하는 거잖아. 특수한 상황이랑 비교해서 이상하다고 보기에는 좀 그렇지 않나?

Y: 아니 그래도 내 발이 문제라기보다는 저 비교표와 상황이 안 맞을 수는 있는데, 그게 내 발이 문제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지 않아? ㅋㅋㅋㅋㅋ


저 상황에서 누구 하나 기분 나쁜 사람은 없었다. 다만, 서로의 다른 생각에 대해서 얘기하고 서로의 차이를 한번 좁혀보고자 설득하는 과정을 거쳤다.


나는 획일적이고 일반화된 틀인 저 비교표에 Y의 발을 맞추고 있었다. 저 틀에 맞지 않는 Y의 발이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Y와 H는 각 각의 상황이 그 획일화된 틀과 맞지 않는다면, 오히려 획일화된 틀이 틀릴 수도 있다고 얘기했다.


얘기를 듣고 보니 그랬다. 아무리 기준을 잡고 틀을 잡았다고 하더라도 다수의 경우가 그 틀에 맞지 않는다면 그 틀은 틀린 것이다. 그리고 기준은 다시 잡혀야 한다. 나는 그 기준을 맹신하고 있었다. 그 기준은 틀린 게 아니고, 그 기준에 맞지 않는다면 그건 특수한 상황이라고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다.

아차 싶었다. 그게 아닐 수도 있는데 말이다.


요즘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 회사를 퇴근하면 집에서 혼자 밥 먹고 글도 쓰고, 주말에도 혼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런 생활을 지속하자, 내가 생각하는 게 다 정답이고, 당연히 다른 사람들도 이렇게 생각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친구들과 얼굴을 보고 대화를 나누고, 서로 다른 관점을 얘기해 보니, 내 생각이 꼭 정답이 아님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되었다. 관점을 확장시키기 위해서 꼭 아프리카로 떠나야 하거나, 미국으로 떠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이렇게 다양한 생각을 하는 친구들과 대화하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해 가는 과정을 거치면서 내가 환기됨을 느꼈다.


아, Y의 발이 문제가 아니라, 그 기준표를 맹신하는 획일화된 사고만을 하는 나일 수도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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