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마음이 이렇게도 왔다 갔다 할 수 있다는 것에 요즘 놀라는 중이야.
기분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아.
다들 이런 거야? 아니면 나만 이런 거야?
나만 이런 거라면 엄마한테 A/S를 청구해야 할 것 같아. 아까도 엄마랑 통화했는데, 나는 워낙 예민한 사람이라고 하더라고… 나도 무던한 사람이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엄마가 날 이모양으로 낳아주신 모양이야. 내 힘으론 어쩔 수가 없네.
내가 싫다며 떠난 너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제의 나는 네가 좋았어.
나한테 다시 와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널 결국에 떠나게 한건 나라고 생각했으니까.
답이 없는 너의 카톡에 나의 마음을 담아 보냈지.
넌 원래 카톡을 잘 읽지 않은데 그 카톡은 빨리 읽은 것 같더라.
근데 넌 답장을 하지 않았어.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감정이 드는지 나는 궁금하고 답답했지만 10시간이나 참았어. 그게 딱 내가 참을 수 있는 정도였던 것 같아.
너는 항상 내가 참을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곤 했어. 내가 기다리고 참는 걸 잘 못하는 걸 알면서도 항상 그 범위를 넘어서는 네가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곤 했어.
그래서 난 더 이상 참지 않고 너에게 전화를 걸었어.
넌 그 전화를 또 받더라고.
많은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어. 네가 대화를 피하는 것 같았으니까.
갑자기 네가 나 본부장한테 혼난 얘기를 왜 꺼낸 건지 모르겠어.
주제를 바꾸고 싶었겠지만 그건 정말 최악의 주제였어.
여하튼
난 너에게 내 얼굴을 보고 말하라고 했어. 넌 그러겠다고 했어.
우리는 얼굴을 보고도 얘기를 충분히 나누지 못했어. 네가 12시 넘어서 왔으니까.
나는 졸려웠거든. 네가 좋았어도 졸린 건 어쩔 수가 없나 봐. 아마 학생 때였으면 잠을 안 자고 밤새 얘기했을지도 모르지. 그런데 내일 가야 하는 회사가 걱정되는 건 어쩔 수가 없나 봐.
그렇게 흐지부지 우리는 대화를 하지 못했어.
그리고 오늘이 됐는데 오늘의 나는 네가 싫으네
어제의 나는 네가 분명 좋았던 것 같은데, 오늘의 나는 네가 미워
그건 아무래도 내가 힘든 걸 알면서도 그냥… 이렇게 시간을 보내는 네가 참을 수 없기 때문이야.
너는 내가 이때까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사람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야.
넌 나에게 다정하지도 않고, 격려의 말도 잘 못하는 사람이잖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제의 나는 네가 좋았어.
너는 답답하지만 신중하고, 느려도 너의 방향성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너와 나의 속도가 다르지만, 그게 네 잘 못은 아니니까 네 탓은 최대한 하지 않기 위해서 노력할게.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인 것 같아.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너랑 함께 했던 추억들이 나쁜 추억으로 남지 않게 내 감정을 추스르는 일인 것 같아.
너랑 에버랜드 가서 호랑이 본거, 캠핑 가서 고기 구워 먹은 거. 그리고 한탄강 협곡을 본 거.
한강 수영장에서 물놀이하고 서브웨이 먹은 거. 캐리비안 베이에서 2시간 기다려서 슬라이딩 탄 거.
그런 거 다 재미있었어.
내일의 나는 널 미워하게 될지, 좋아하게 될지 모르겠어.
내가 아는 건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밖에 없으니까 말이야.
너와의 추억이 나쁘게 남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잖아.
그래서 내일의 나는 너를 좋아하지는 않더라도 미워하진 않았으면 좋겠어. 사람이 사람을 미워한다는 건 너무 힘든 일이거든.
그냥… 너라는 사람이 내 인생에 있었고. 나에게 좋은 영향을 준 사람이라고 그렇게 기억하고 싶어. 아직 널 기억한다고 표현하기에는 너무 생상하긴 한데… 그래도 딱히 표현할 방법이 없네.
네가 전에 그랬지 내가 왜 좋냐고 물었을 때. 내가 강한 사람이라서 좋다고 했었잖아.
곁으로는 연약해 보여도 속이 강한 사람이라고. 나는 무슨 개뿔 같은 소리인가 했는데.
그 말을 한번 믿어보려고.
나는 강한 사람이니까.
내일의 나를 한번 믿어보려고.
내일은 네가 밉지 않기를.
내일은 내가 오늘보다는 조금 더 괜찮아 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