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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Apr 21. 2021

새벽 1시 카지노에 혼자 들어갔다.

혹시 저 친구 모자른가...


내 생의 첫 카지노였다. 

얼마 전에 잭팟이 터진 그곳이었다. 

돈이 오가는 곳이었고, 누간가는 차를 타고 와서 뚜벅이로 나가는 곳이었다


강원랜드는 현재 코로나로 인하여 1,200명 제한영업을 하고 있다. 그래서 입장 전날 ARS로 사전예약을 하고 당첨이 되야만 출입이 가능하다. 사람의 밀집도를 낮추고자 하는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남자친구와 함께 예약을 했다. 

그런데 나만 당첨이 되었다. 이를 어쩐담... 가기 전부터 걱정이 되었다. 

게임을 모를 뿐더라 안에 분위기도 모르겠고, 혼자 다닐 자신도 없었다. 

27살 이후로 내가 혼자 뭔가를 하는걸 즐기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그렇다고 들어가지보지 않고 돌아갈 자신도 없었다. 서울에서 230km를 달려왔다. 

그리고 작년에도 당첨이 되지 않아 그냥 한번 발걸음을 돌렸던 적이 있어, 이번에도 포기하기엔

내 자신에게 미안했다. 들어가보고는 싶었다. 그러나 혼자인게 무서웠다. 


들어가기로 마음을 먹었으니 준비를 했다.

유투브도 시청하고 저녁을 먹으면서 게임 특강을 받으며, 만반의 준비를 했다. 

바카라, 슬롯, 다이사이, 룰렛 등의 일단 기본 개념을 이해하고 딜러 테이블에는

얼씬도 거리지 말라는 남자친구의 제안도 받아들였다.

판돈이 커질수도 있고, 페이스를 잃을 수도 있다는 얘기였다. 


그리고 남자친구는 나를 강원랜드에 던져두고, 차를 타고 슝 가버렸다. 

터벅터벅터벅터벅...


강원랜드 특유의 그 삼엄한 분위기가 나를 살짝 짓눌렀다.  

열체크 하고, 들어갔다. 


입장권을 끊으러 갔다. 

아직 얼타고 있었다.  직원분은 아주 빠르게 나를 스캔했다. 


"손님, ARS 예약 하셨어요?"


"네... "


"아 그럼 여기서 입장권 끊으시면 됩니다. 도와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카지노로 입성했다. 

근데 나도 모르게 긴장했나보다. 


손소독을 하라는 직원분에 말을 잘 못알아듣고, 

손소독 기계에 입장권을 들이댔다. 

기계는 내가 들이댄 입장권에 소독약을 뿌렸다.

입장권이 깨끗해졌다.............. 


"아아아, 손소독 하라구요...? 아, 죄송해요."


"괜찮습니다. 입장하시면 됩니다."


입장권에 묻은 소독약을 슥슥 손으로 닦으며 카지노 안으로 들어갔다. 


내부는 생각했던것 보다 훨씬 넓었다.

눈이 돌아갔다. 층고도 높았고, 거대한 전광판도 번쩍였다. 

 

한 가지 처음으로 놀랐던 것은 젊은층보다는 부모님 세대보다 조금 더 나이가 많으신 분들이 굉장히 많았다. 


그리고 나는 넓은 바다에 우뚝 솟은 섬 같았다.

젊은 여자애가 혼자 돌아다녀서 그런지 나를 본 사람들은 한 1~2초 정도는 쳐다봤다. 


'재는 뭘까....?' 그런 느낌이었다.


현금을 20만원 뽑아갔다.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칩이든, 아니면 회원카드에 돈을 충전하든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기계에서 돈을 충천하는 아저씨를 몰래 훔쳐보고 있었다. 

아저씨가 내가 보고 있는 걸 눈치채셨는지 물으셨다. 


"뭐 좀 도와줘요? 혼자왔어요?"


"네, 혼자왔어요."


"뭐할 건데요?"


"음.... 잘 모르겠어요..."


아저씨가 나를 잠시 훑어봤다. 

혹시 이 친구가 살짝 모자른가...? 그런 눈빛이었다.


"언제 왔어요?"


"지금 왔어요."


"어디서 왔어요?"


"서울에서 왔어요."


"그런데 카지노가 처음이에요?"


"네..."


아저씨의 의문은 풀리지 않았다. 

'진짜 모자른가...?'하는 아저씨의 마음의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 충전하는 방법을 알려주시는데, 내가 알아듣는것 같자 아저씨의 

의문은 조금은 사그라든것 같다. 


"어떤 게임 알아요? 블랙잭 알아요?"


"블랙잭은 잘 모르겠어요."


"음... 그러면 바카라 알아요?"


"네, 바카라 알아요."


"그럼 바카라 해봐요."


그리고 바카라 테이블로 데려가 주셨다. 그런데 그곳은...5층 딜러 테이블이었다. 

아저씨 아줌마들이 칩을 막 쌓아놓고 베팅을 하고 계셨다. 

살짝 무서운 느낌이 들었다. 

저 틈을 비집고 들어가기에는 나는 너무 쫄보였다. 

다른 사람들 눈치를 보다 정말 게임을 다 말아먹을 것만 같았다. 


나는 그럼 한번 지켜보고 해보겠다고 하고 알려주신 친절한 아저씨를 뒤로 

하고 다시 4층으로 내려왔다. 


다시 한번 그곳의 분위기에 적응해 보려고 애를 썼다. 

심리적인 불안도 조금은 사그라들고, 몸도 조금은 더 적응이 되었다. 

아무래도 바로 바카라를 하기에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것 같아,

룰렛을 먼저 해볼 생각이었다. 


그리고 강원랜드 직원분께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저 룰렛 게임을 컴퓨터 보고 혼자 하는거 한번 해보고 싶은데요..."


엄청나게 친절한 직원분은 나를 유치원생에게 말하듯

정말 또박또박 천천히 다 설명해주셨다. 


컴퓨터로 하는 게임도 실제로 앞에 큰 테이블에 딜러분이 게임을 진행하고 

그 상황을 컴퓨터로 보고 베팅을 하는 것이다. 


사실 딜러분 앞에 앉고 싶었으나 용기가 없어 뒤에 앉았다. 

그리고 게임을 시작했다. 


가장 베팅금액이 작은 1,000원부터 시작했다. 

따기도 하고 잃기도 했다. 

결국에는 활률을 보고 찍는 그런 게임이었다. 

잃었다 벌었다를 반복했다. 

그걸 반복하고 있자 나의 베팅금액은 본전에 계속해서 수렴했다. 


가끔 150배의 확률에 걸면 당첨되면 어떡하지!!! 하면서 가슴이 콩닥콩닥 뛰기도 했지만

그럴때면 역시나 나의 1,000원은 강원랜드의 손으로 넘어갔다. 


그렇게 2시간동안 슬롯, 바카라, 룰렛, 다이사이 게임을 

한번씩 다 해봤다. (블랙잭은 내가 해보지 않았으니 논외로 하겠다.)


내가 해본 게임들은 다 확률에 찍는 그런 게임이었다. 

한번도 접해지 못한 세계라서 두근거렸고, 무서웠으나 접해보고 

경험해 보니 별게 아니었다. 


나의 승률은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으나 그냥 본전이었다.  


엄청나게 벌었거나, 엄청나게 잃었다면 내가 어떤 생각을 갖게될지는

모르겠으나, 도박은 나에게 시시했다. 


순간적으로 스릴은 있었지만 내가 노력할 수 있는 여지가 없었다. 

그냥 찍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따면 즐거웠고, 잃으면 실망스러웠다. 


그 실망스러움을 감당하기가 싫어 판돈을 올리지는 않았다. 


도박은 그 원초적으로 땄을 때의 '기분 좋음'은 안겨줄 수 있지만, 성취감은 느낄 수 없었다. 


나는 그런 사람이었다. 

내가 뭔가 해내고 싶었다. 

그리고 성공을 이루고 내가 어떻게 했는지 뽑내고 싶어하는 그런 사람이었다.


카지노에 들어가보지 않았다면, 알지 못했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어쩌면 더 늦게 했을지도 모르겠다. 


경험은 그 만큼 중요한것 같다. 그 경험이 나에게 맞든 맞지 않든 뭔가를 알려준다. 

내가 그걸 좋아하는지, 어떤 성향의 사람인지, 내가 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


카지노에서의 경험은 강렬했고, 신선했다. 


어느 정도 사회생활도 했고, 경험치도 쌓이다 보니 이제 어딜가나 

어떻게 행동해야할지는 어느정도 감이오는데, 

카지노에서는 한참을 얼을 탔다... 굉장히 오랜만이었던것 같다.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그곳에서 발길을 돌리고 있었다. 


'아.... 피곤하다... 이제 포근한 침대에서 잠을 자야겠다.'


이 정도의 경험이만 충분하다. 재밌었다. 

새로운 상황에 나를 내던져본 경험은 언제나처럼 짜릿했다. 


나는 돈보다도 더 갚진 나를 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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