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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Jul 24. 2021

잠자는 고양이만 찾아가는 그

너와 나의 거리가 10미터라면

나는 털복숭이 친구들을 다 좋아한다.

본가에 있는 우리 강아지 뿐만 아니라, 고양이에 푹 빠져 요즘은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있으면

고양이 영상을 보면서 힐링을 한다.



내가 본 고양이 영상만 해도 수천개는 되지 않을까 싶다.

사랑스럽게 주인에게 안기는 고양이를 보면 나도 모르게 빙구처럼 웃는다.


그런데 털복숭이 친구들을 다 싫어 하는 그다.

내가 고양이 카페에 한번 가자고 했는데, 그는 죽어도 가지 않겠다고 했다.


그가 털복숭이 친구들을 싫어하는 이유는 바로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강아지나 고양이는 순해 보이더라도, 언제 돌변할지 모르기 때문에 그들을 대하는게 쉽지 않다고 했다.


그런던 어느날.

무슨일이었는지는 지금은 생각도 안나지만, 내가 아주 단단히 화가 난 날이었다.


화가 잘 풀리지 않아서 자꾸 속에서 열이 올라왔지만, 어찌 어찌 밥을 먹고 화가 좀 내려가고 있었다.

친구가 인생 맛집이라고 소개해준 순대국을 먹고, 집에 돌아가려고 하는데 그는 커피 한잔을 사가지고 했다.


그때까지도 화가 안 풀린 나여서,

"그래, 얼른 사서 집에 가자." 라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어??? 근데 어디로 가는거지? 굳이 커피 사러 이렇게 돌아가야 하나?'

 

그리고 차가 어느 주차장으로 들어가는데 앞에 고양이 카페라고 적혀있었다!!!


"어? 우리 고양이 카페 가는고야???????!!!!"


입에는 갑자기 함박 웃음이 지어졌고, 말투에는 나도 모르게 살짝 애교가 섞여나왔던것 같다.


죽어도 싫다던 고양이 카페를 왔다.

그는 처음에는 겁을 먹어 쭈뼛쭈볏했지만 고양이 카페 주의사항을 읽어보더니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입에 물고 자리를 잡고 고양이들을 관찰했다.

 


나는 고양이 친구들이 너무 귀여워서 21마리의 고양이를 하나 하나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매일 매일 작은 핸드폰 속 영상으로만 보던 고양이가 눈 앞에서 움직이니까 너무 신기하고 좋았다.



애교를 부리는 고양이도 있고, 내가 간식이 있는 건 어찌 알았는지 나를 졸졸 따라오는 고양이들도 있었다.

졸귀탱 아가들이 너무 많았고, 이유야 어찌되었던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고양이들이 있는 공간에 나를 데려다 준 게 고마웠다.



잠깐 관찰을 하던 그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자고 있는 고양이 옆으로 갔다. 그리고 졸린 고양이를 바라봤다. 그리고 살며시 간식을 내밀었다.

활발하게 활동하는 고양이는 부담스러웠는지, 그는 자고 있는 고양이만을 찾아갔다.


"자고 있는 애들은 자게 놔둬~~~~~"

"이 친구도 간식 먹고 싶을 수도 있잖아...."



졸린 고양이들은 그가 다가와도 아주 살며시 눈을 떴다가 다시 감고 참을 청했다.



그에게는 그게 최선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어릴 때 강아지에게 물린 경험이 있다던 그는 털복숭이 친구들이 부담스럽고, 겁나는 존재였지만  내 화를 풀기 위해서 뭐라도 해야했고, 그가 택한 방법은 졸린 고양이 옆에 다가가보는 것이었다.


간식 다 먹었어? 이제 없는거야...? ㅠㅠㅠ 띠로리....


고양이 간식도 주고, 장난감으로 놀아도 주고, 나는 신나서 뭐 때문에 화가 났는지도 이미 잊은지 오래였다.

어쩌면 그의 계산은 정확히도 맞아떨어졌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졸린 고양이들만 찾아다니던 그는 사장님께 테라스로 나가고 싶다고 했다.

테라스 공간은 날이 좋은 날은 고양이들도 나가지만, 그 날은 비가 온 직후라 바닥이 젖어있어 고양이들이 나가지 못하게 막아놨다.


그는 고양이들이 없는 테라스로 나가서 한 참을 안 들어왔다.


사장님께서는 내게 말씀하셨다.


"아, 나가보셔야 하는거 아니에요?"

"괜찮아요. 저는 여기서 놀래요."

"가끔 고양이 무서워 하시는 분들이 오면 저렇게 테라스에 나가 계시곤 해요."



테라스에서 한 참을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들어온 그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제 집에 갈까?"

"응! 그래~ 가자!"


그리고 집에 가기전 그는 고양이 털을 제거하는 돌도리로  몸을 10분동안 문질러댔다.


눈에 보이는 털들만 대충 제거하고 옆에서 아메리카노를 쭉쭉 빨아먹고 있는 나에게 그는 속삭이듯 말했다.


"커피 다시 사줄테니까, 그 커피 그만마셔. 털 다 들어갔다."

 






내가 좋아하는 , 그는 싫어할 수도 있다


그에게 당연한 일이 

나에게는 당연하지 않을  있다.

그에게는 탕수육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이지만, 에게 튀김은 그저그렇다.

나는 고양이가 마냥 귀엽지만, 그에게는 겁나는 존재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상대를 이해해 보려고 하는 태도를 갖추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일인 것 같다.


건강한 관계   사람은  사람이  사람에게 일방적으로 맞추는게 아니다.


너와 나의 거리가 10미터라면 너가 3미터 오면 나도 한 4미터 가보고, 어쩔 때는 2미터 물러서야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 거리를 좁혀보기 위해서 계속 노력해 봐야 하는 게 아닐까.



오늘도 고양이 영상보다가 떠오른 그날의 단상 속에

자고 있는 고양이만을 찾아가던 그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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