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by Arif Ibrahim
어차피 우린 모두 허물어지면 그뿐.
건너가야 할 세상 모두 가라앉으면
비로소 온갖 근심들 사라질 것을,
그러나 내 어찌 모를 것인가.
내 생 뒤에도 남아 있을 망가진 꿈들,
환멸의 구름들,
그 불안한 발자국 소리에
괴로워할 나의 죽음들.
- 기형도, <이 겨울 어두운 창문>
사람들이 두리번거리며 창가 자리를 살핀다.
창의 위안, 그런 게 필요한 걸까.
고요하고 비밀스러운 자기만의 창문을 갖는 것.
창 밖의 창백한 햇살.
창 밖의 미끄러움.
창 밖의 포근함.
창의 고요, 창의 부산스러움.
창의 숨소리에 위안을 얻는다.
비가 오거나 눈이 오거나
바람이 유난히 부는 날이면 더욱 좋겠다.
종일토록 창틀이 부스럭거리면
자신도 모르게 놓아버리는 시선의 산란.
창 밖 나무들은 신록의 잎사귀로 무성하고,
제비 한 마리 그 위로 바삐 날아오른다.
햇살은 눈부시고, 사람들은 제각기 바쁘다.
이런저런 이유들로 사는 거지.
그것 말고는 대안이 없지 않나.
미칠 것 같은 날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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