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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에타 Oct 04. 2020

청춘

photo by Arif Ibrahim

낚시질하다가
찌를 보기도 졸리운 낮
문득 저 물속에는 물고기는
왜 매일 사는 걸까

물고기는 왜 사는가
지렁이는 왜 사는가
물고기는 평생 헤엄만 치면서
왜 사는가

낚시질 하다가
문득 온몸이 끓어오르는 대낮
더 이상 이렇게 살 수는 없다
중년의 흙바닥 위에 엎드려
물고기 같이 울었다
- 마종기, <낚시>


나쓰메 소세키에 의하면, 청춘이란 밝은 것만이 아니고 한 꺼풀만 벗기면 죽음과 맞닿아 있는 잔혹한 것이다. 나는 실존적 공허감과 함께 청춘을 보냈다. 인간은 허상의 동굴 속에서 헤매다가 이리저리 부딪히며 살아가는 존재라는 키에르케고르의 말처럼, 실존에 대한 물음에 매달려 청춘의 시간을 보냈지만 답을 찾지 못했다.


청춘 한복판에서 내내 든 생각은 무언가를 잃어버리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나는 이상하게도 궁핍과 피폐에 허덕였다. 내 청춘은 실존 앞에서 나아가지도 물러서지도 못한 채 시들어갔다. 그러나 붙잡고 싶은 욕망은 들지 않는다.


청춘은 아름답지만 이내 시들고 마는 것이었다.
- 헤르만 헤세,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권태와 공허로 청춘의 한낮을 뜨겁게 지나왔다. 헤겔의 말처럼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녘에 날아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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