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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에타 Sep 01. 2020

Matrix

“매트릭스가 뭐냐고? 통제야.
매트릭스는 컴퓨터가 만들어 낸 꿈의 세계지.
그것은 우리를 끊임없이
통제하기 위해 건설된 거야.
인간을 바로 이것(배터리)으로 만들기 위해서.”


영화에서 모피어스는 시스템에 잘 길들여져 시스템의 착취 범위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사람을 ‘배터리’로 정의한다. 매트릭스는 매 시간 그것을 생산하는 인간 노동력의 총계이고, 그 목적은 바로 통제다.


영화는 인간 발전소 시퀀스를 보여준다. 벌거벗은 인간들이 위아래로 끝없이 늘어선 용기 안에 갇힌 채 발전소에 연결되어 있다. 이 발전소는 회사 사무실의 촘촘한 칸막이 책상 앞에 앉아 관리 소프트웨어의 감시를 받는 노동자를 연상시킨다.


영화 속 ‘배터리’ 인간들은 매트릭스 세계를 인지하지 못한다. 현실 속 노동자는 선택권이 박탈된 자신의 처지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다. 영화는 이런 디스토피아를 보여 준다.


“매트릭스는 시스템이야, 네오.
그 시스템은 우리의 적이지.
자네가 시스템 내부에 있을 때
주위를 둘러보면 뭐가 보이나?
기업인, 교사, 변호사, 목수들...
우리가 구하려고 애쓰는 사람들이지.
그러나 저 사람들을 구하기 전까지는,
그들은 여전히 시스템의 일부야."


어떤 약을 선택할 것인가, 파란 약인가 빨간 약인가? 실재 세계인가 위조됐지만 개선된 가상 세계인가? 가상 현실은 대개 진짜 현실보다 더욱 매력적이다. 매트릭스는 분명히 꿈의 세계다. 더없이 행복하게 망각된다.


그러므로 노동자들은 단결할 수 없다. 매트릭스가 제공하는 달콤한 맛과 소리와 시각적 즐거움이 그들이 공유하는 노동자 계급으로서의 전 지구적 경험을 가로막기 때문이다.


이것은 사이퍼가 동료들을 배신하고 스미스 요원을 만나 부드러운 육질의 쇠고기와 훌륭한 포도주를 즐기면서 하는 말에 함축된다.


“나는 이 스테이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알아.
내가 이걸 입에 넣으면 매트릭스가 나의 뇌에다
이게 아주 부드럽고 맛있다고 말해 준다는 걸
알고 있다고. 9년이란 세월을 보낸 후에
내가 깨달은 게 뭔지 알아?
무지가 바로 행복이라는 거야.”


오늘날 노동자들은 그들의 노동력을 회사나 공장에 ‘상품'으로 팔아 생계를 이어간다. 노동자는 사실상 착취당하고 있지만 자신이 노동을 자발적으로 파는 '자유' 시장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노동자는 작업 시장과 작업 방법을 스스로 선택할 수 없고, 자본가들이 자신들에 대해 규정한 고용 조건을 받아들여야 한다.


노동자의 선택권을 박탈하는 것은 자본주의의 오랜 전략이다. 노동자는 노동의 현실에서 소외되어 있다는 것과 자신이 강제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다. 동시에 노동자이자 소비자인 자신을 분리해서 인식하는 것 역시 자아분열적이다. 이 분열적인 사회에서 사람들은 광장이 아니라 정신병원으로 모여든다.


정신병원에서는 세로토닌의 부족이나 불안정한 정신을 문제 삼으며 향정신성약을 권한다. 심리치료와 자기계발 산업계는 어린 시절의 결핍이나 나태를 탓하며 개인의 노오력을 강조한다. 자본주의 체제는 지능 있는 생물처럼 진화하면서 놀랍도록 자가발전한다.


“그것은 자네가 삶에 넌덜머리가 났다는
느낌이지. 세상이 뭔가 잘못되었다는 느낌.
그게 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자네 마음속에
박힌 가시처럼 자네를 미치게 만드는 거야…
매트릭스는 모든 곳에 있어. 사방에 있지.
바로 이 방안에도 있어… 그것은 진실을
보지 못하도록 자네의 눈을 가리는 세계야.
자네가 노예라는 진실이지. 자네가 다른 모든
사람들처럼 날 때부터 노예 신세라는 진실 말야.
자네도 다른 모든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냄새를 맡거나 맛을 보거나 만질 수 없는
감옥에서 태어난 거야. 자네 마음의 감옥 말야.”


우리는 무언가 잘못되어 있다는 느낌을 가지고 시작해야 한다. 영화는 네오의 마지막 대사로 끝난다. “이것이 어떻게 끝날지 말하려는 게 아니다. 어떻게 시작할지를 말하려는 거다.”


물론 인공적으로 구성된, 그러나 더욱 편안하고 질서 정연한 '현실' 대신 ‘진실의 사막’을 선택하는 데에는 대가가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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