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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에타 Sep 07. 2020

함께 가는 길

photo by Arif Ibrahim

희망이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땅 위의 길과 같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
- 루쉰(1881~1936)


아프리카에서 가장 넓은 영토를 가진 나라 수단에선 2003년 오마르 알 바시르의 이슬람 정권이 일으킨 내전으로 40만 명 이상이 학살당했고, 최소 250만 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내전을 피해 다르푸르 지방에 피신해 있는 수십만 명의 시민들에게 식량과 약품을 배급하러 가던 구호단체 비행기가 포격당하고, 국제구호 차량을 기습 약탈 당해 구호 요원들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2019년 4월 6일, 수천 명의 사람들이 육군본부 앞에 진을 치고 시위를 이어갔으나 과도군사위원회는 시민들의 요구를 거부했다. 시민들은 총파업을 하며 시민 정부에 권력 이양을 압박해갔다. 수단 시민들은 변화를 위해, 독재 타도를 위해, 자유를 위해 투쟁을 이어갔다. 시위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한국에서도 철옹성 같던 반공주의 파시즘의 절대적인 권위에 금을 내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이 있었다. 4.19 혁명 이후 반동의 역사를 경험한 우리는 얼마나 지난하고 고된 세월을 인내했던가. 손아귀에 잡혔던 민주주의가 모래알처럼 손가락 사이를 스르르 빠져나가고, 끊임없이 반복되는 절망은 민중을 막막한 어둠 속으로 던져놓았다. 민주주의는 혁명과 반동의 역사 속에서 피를 먹고 조금씩 자라난다.


마침내 수단의 독재정권이 무너졌다. 승리를 쟁취한 수단 사람들의 입가에 미소가 구름처럼 번지고, 그들 손에는 희망의 휘장이 펄럭인다. 결국 삶이 지닌 존엄함과 본래적 가치의 회복이 우리를 인간으로 규정한다. 존엄성을 부정당한 민중의 항거가 태초의 역사가 시작된 곳 바로 아프리카에서 타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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