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쓰기 싫고 쓸 수 없어 손이 굳어있는 느낌이다. 참 오랜만인데, 그래도 자주 있는 일이 아니니까 이따금씩 이런 일을 겪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업무시간에는 정신없이 일하다가 퇴근하면 집으로든 어디로든 향하고, 저녁 10시면 집으로 돌아와 침대에 누워 11시 30분까지 최근에 빠져있는 이런저런 것들을 생각하다 잠이 든다. 때때로 일찍 잠든 날은 새벽 6시 이전에 깨기도 하고 3시에 잠깐 눈을 뜨기도 하고 그렇다. 대체로 요즘은 꿈도 없이 머리를 맞대면 바로 잠이 들어 아침의 익숙한 알람과 함께 깬다. 저녁 11시 30분을 넘겨서도 잠이 오지 않는다면 그다음 날은 분명히 망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생각을 하며 저녁을 보내고 있다. 요 며칠 동안은 써야 할 글의 한 문단도 쓰지 못했고 쓰지 않고 있다. 그냥 시간을 보내고, 흘리고 있다.
하지만 역시 이런 패턴을 계속 이어가다 보면 아무래도 불안감이 앞서기 시작한다. 이대로 아무것도 쓸 수 없고 아무것도 만들어낼 수 없게 된다면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이 불현듯 온몸을 휘감고 머릿속을 장악하기 시작한다. 그 격정적인 걱정을 염두에 두고, 살얼음 위에서 눈썰매라도 타듯 태평과 불안의 이상한 공존을 살다가 갑자기 <매트릭스>의 세계에서 각성이라도 하듯 끈적이는 액체를 뚫고 나와 손을 놀리는, 그런 순간이 머지않아 오리라는 꿈에 부풀어 오늘도 키보드를 마음대로 두드리고 있다. 언제까지 이 상태일 거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아마 2월이 되면 그만두겠다는 답을 하겠지. 달이 바뀌고 계절이 바뀌는 건 이래서 좋은 일이다. 그럴싸한 핑계를 들어 나태의 순환을 적당히 끊어버릴 수 있으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