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1

by 강민영


술을 잔뜩 마시고 눅진거리는 취기가 올라올 즈음 문 밖으로 나가, 어느 어두운 구석에서 입안 목구멍 속 깊숙하게 박혀있는 것 같은 알코올 내음을 빼내려고 '후, 후' 소리를 내어본다. '후, 후'라는 표현은 좀 가벼운 느낌이지만 어쨌든 있는 힘껏 폐 구석구석에 날카롭게 차가운 바람을 밀어 넣으려고, 그리고 그것으로 인해 어질어질해져 가는 정신을 가다듬으려고 노력해본다. 그렇게 심호흡을 하며 가다듬고 있어도 깊은 취기가 깨지 않을 것 같으면 으레 화장실 변기 앞으로 억지로 기어가곤 하지만, 거기까지 가지 않고 매서운 바람을 몇 분 더 맞고 있는 것만으로 정신이 '반짝' 소리를 내며 다시 돌아오는 순간들, 그건 '겨울'만의 특권이다. 1년의 8할은 여름을 바라보며 살고 있지만 겨울을 미워할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이런 순간들에 있다. 그러다 발길이 마주친 사람의 눈을 바라보며, 알코올 내음이 섞인 하얀 입김을 나누며, 시답지 않은 수작을 주고받는 그런 순간들도 포함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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