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우 감독의 다큐멘터리 <김군> 리뷰
<김군>은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에서 찍힌 사진 한 장으로부터 시작된 영화다. 광주 도심 곳곳에서 포착된, 군용 트럭 위에 군모를 쓰고 매서운 눈매로 화면을 바라보는 한 사람의 사진. 보수논객 지만원은 후에 그를 북한에서 내려온 특수군이었던 '제1광수'로 칭하고, 이후 다른 사진에 찍힌 수백 명의 사람들을 북측의 군인인 '광수들'로 명명하며 사건 당시 광주시민군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주장한다. 하지만 당시 5.18을 그대로 겪었던 사람들 중 이 지만원이 칭한 '제1광수'를 '김 군'으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누구나 보았지만 그 누구도 제대로 된 행방을 알지 못했던 '김'으로 기록된 사람에 대한 기록을, <김군>은 천천히 좇아간다.
"만약 제1광수가 광주시민이었다면 왜 39년 동안 얼굴 한번 비치지 않고 인터뷰 한번 하지 않는가. 5.18은 북침에 의해 조작된 사건이다."라는 보수논객 지만원의 외침은 5·18광주민주화운동을 바로 옆에서 고스란히 짊어지고 나누어야 했던 광주시민들의 아픔을 역으로 증명하고 있다.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시민을 향해 집단 발포했던 11 공수부대 대원들을 필두로 한 보수층들은 조잡한 그림판을 이용해 사건 기록사진의 인물들을 자신의 방식으로 편집하고, 이 사진에 등장했던 실제 광주 시민들은 있었던 일과 겪었던 일을 왜 우리 스스로 '증명해야 하느냐'라고 묻는다.
<김군>은 '5.18'이라는 하나의 점(Dot)을 지명하는 영화가 아닌 그 이후의 삶을 아우르는 선(Line)의 영화며, 권력에 의해 짓밟힌 피해자들의 연대를 보여주는 지속의 영화다. <김군>의 인터뷰이들이 머리를 쓸어내리고 더러는 눈시울을 붉히기도 하는 장면들의 끄트머리에서, 우리는 '20140416'이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박혀있는 세월호를 추모하는 노란 팔찌를 발견하게 된다. 5·18광주민주화운동이라는 사건을 짊어진 채 잠 못 이루며 살아가는 시민들의 팔목에 굳건히 얹어져 있는 그 노란 팔찌를 마주하며 호흡을 잠시 멈출 수밖에 없는 이유는 우리가 학습한 서로 다른 끔찍한 사건들이 제대로 밝혀내지 못한 채 수면 속으로 사라지는, 이로 인해 남아있는 사람들의 삶 자체가 난도질당하는 순간들을 너무나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잠에 들었지만 억지로 깨서 일어나야만 하는 고통을 마주하면서도 잊지 않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일, 이러한 남은 자들의 이야기는 <김군>의 인터뷰이 중 한 사람의 말로 일갈된다. '괴롭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하지 않을 수 없는 것. 아프지만 원래 아픈 것이라 생각하고 살아가는 것. 그것이 광주다'라고 말이다.
<김군>을 연출한 강상우 감독과 신연경, 고유희 PD는 모두 5·18사건이후의 세대들이다. 강상우 감독은 영화의 개봉에 앞서 '우리가 5·18 항쟁의 모든 것을 다룰 수 있다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가 모르는 상태에 5.18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을 이야기하며 공감하실 분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아직도 다뤄지지 않은 이야기들이 많다. 작년에야 계엄군에게 성폭행을 당했던 분들의 증언이 나오기 시작했다."라고 이야기한다. <김군>은 5·18을 겪지 않은 세대가 5·18을 기억하는 방법을 보여주는 영화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그 누구도 '제대로' 알고 있다 이야기할 수 없는, 1980년 5월 18일에 등장해 1980년 5월 23일에 사라져 버린 '김 군'. 우리는 그 '김 군'과 동떨어져있으며 관계없는 삶을 살고 있다고, 과연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