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좋아하는 작가가 있다. 어떤 사람이든 어떤 상황에서든, "제일 좋아하는 한국작가가 누구예요?"라고 물으면 반사적으로 가장 먼저 대답하는 이름이다. 그 작가의 책을 침대 머리맡에 놓고 잔 지 좀 되었다. 그 작가가 발표한 장편소설 한 권과 가장 최근에 발표한 소설집 한 권은 어떤 순서의 소설인지, 각 소설의 줄거리와 인물들은 무엇인지, 각 소설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어떤 것인지 눈을 감고 짚어내래도 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이 읽었다. '가장 좋아하는 작가'라면 다른 사람 몇 명이 떠오르지만 '가장 좋아하는 한국작가'라면 단 하나의 이름만을 떠올리며 지난 몇 개월간 그 이름을 가장 먼저 말하곤 했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그녀의 가장 좋은 작품을 여름 내내 머리맡에 두고 잤다. 소설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한 때부터, 내가 소설이라는 것을 쓰는 행위에 재미를 느끼고 불을 붙이기 시작한 때부터. 결코 그만큼 쓸 수 없을 것이라는 좌절을 느끼기 위해, 그 좌절을 토대로 조금씩 스스로 발전을 바라는 마음으로 말이다. 내게 좌절을 허락한 한국작가는, 아직까지 그녀 밖에 없다. 그 사실을 인지하고 명확한 한계를 느끼기 위해, 오늘도 머리맡에 놓인 책들의 이름을 되새기며 잠자리를 덮는다. 언젠가 어디에선가 그녀에 대한 말을 할 기회가 생긴다면 나는 그녀를 나의 스승이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 그럴 수 있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