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을 맞아 가장 먼저 한 일은 100리터짜리 쓰레기봉투와 20리터짜리 쓰레기봉투 5장을 채워 버리는 일이었다. 합이 200리터 정도 되는 쓰레기들을 방 안에서 꺼내놓고 보아도 여전히 가득 차 있는 것 같은 방이 굉장히 낯설고 높은 벽같이 느껴졌는데, 다음번에 이만큼의 쓰레기를 또 버린다고 해도 꼭 그만큼의 쓰레기가 다시 생겨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이기도 했다.
여하튼 많은 것을 버리고 또 버렸다. 2019년 12월 31일 오후부터 시작된 이 일은 2020년 1월 1일이 될 때까지 잠시 쉬고-맥주도 마시고 넷플릭스를 보며 저녁도 먹고 홍백가합전도 보고-다시 진행하고를 반복했고, 해가 바뀐 뒤에야 끝났다. 5년이 넘은 화장품, 2년 동안 한 번도 입지 않은 옷가지, 쓸모없는 증정서들, 선물 받아 한 번도 열지 않은 향수나 가방, 13년 전 처음 인도에 갔을 때 샀던 천 가방 등 많은 물품들이 재활용 쓰레기봉투와 종량제에 나누어 차곡차곡 쌓여갔다.
새해 건 '헌해'건 고작 하루 차로 사람 마음가짐이 바뀌고 정화되고 새롭게 태어나고 하는 일은 없겠지만, 더 이상 쓸모없는 물건들이 쌓이지 않도록 미련 없이 버리고 최소한만을 채우며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되새김질하며 씹어본다. 언제나 잡동사니로 넘치는 삶을 살고 있는 나에게는 아주 중요한 다짐이다.
하지만 여전히 방구석에는 쓸모없는 물건들이 자리를 틀고 웅크려 있다. 도저히 버리지 못하겠는 것들-이를테면 건프라나 외국에서 사 온 인형, 꼭 언젠가 입을 일이 있을 것만 같은 요란스러운 옷, 오지에서 가져온 기념품 등이 그렇다. 그것들은 쉽게 버릴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막상 집어 들면 한참을 고민하다 다시 자리에 내려놓게 만드는 마력을 가졌다. 집구석의 서랍과 수납장을 모조리 없애 버려야 그들을 버릴 수 있을까. 아니, 만일 그렇게 된다 해도 어딘가 틈을 만들어 반드시 쑤셔 넣고 마는 행위를 반복하게 될 것이다. 세상에는 이렇게 어쩔 수 없는 일도, 종종 일어난다고 생각한다. 지금이야 고작 수집품을 버리느냐 마느냐에 따른 문제이긴 하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