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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민영 Oct 12. 2019

생리 중의 라이딩에 관하여

자전거에 대하여

생리 중에 운동을 하느냐 마느냐에 관한 이야기는, 당장 네이버에 무수히 쌓여있는 질문들을 봐도 알 수 있듯 여성들에게는 꽤나 중요한 이야기 중 하나다. 생리 직전과 생리 중에 운동의 효과가 급격하게 저하된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긴 하지만, 호르몬 자체가 체내에 좀 더 많은 지방을 쌓을 것을 호소하기 때문에 오히려 이 시기의 운동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생리통이 심하지 않은 달에 한해서 운동은 꾸준히 하려 노력하는 편이지만 그게 잘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한 달을 4주로 나누면 생리 중일 시기는 길게는 일주일, 생리 직전 운동능력이 저하되는 시기가 일주일이므로, 운동을 자주 하는 여자들은 이 한 달의 반 가까이 되는 어마어마한 시간을 대체로 불편함 속에 지내야 하는 불만이 있다. 생리통이 심하지 않거나, PMS(생리 전 증후군)이 심하지 않다면 버텨볼 만 하지만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이런 이야기를 왜 하게 되었는가 하면, 꾸준히 라이딩을 해오고 있는 자전거를 좋아하는 사람으로, 이 시기의 불편히 뼛속 깊은 곳까지 사무친 적이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나 대회를 앞두고는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재작년 레탑 코리아 대회에 참여하기 직전 생리가 시작되었고, 대회를 취소할지 취소하지 않을지 고민하다가 결국 나가게 되었지만 어쨌든 결과적으로 라이딩 자체가 무척 힘들었기 때문이다. 딱 이 시기가 대략적인 생리 주기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내가 너무 좋아하는 '크리스 프룸'때문에 포기할 수 없었던 것도 있고(참가비도 비쌌다) 출발하기 전날에만 해도 꽤 컨디션이 좋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라이딩을 시작하고 나서 몇 분 뒤부터 조금씩 그리고 '확실히' 힘들어하는 몸 상태를 경험했다. 그러고 나서 7분 차이로 컷오프 찍고 회수차를 기다리며 '생리 중'에 하는 라이딩에 대해 생각해봤다.


'생리 중'의 운동에는 여러 가지 견해가 있을 수 있고, 어쩔 수 없이 생리 중에 운동을 하게 되는 경우를 많이 겪긴 했지만-생존과 여행 도중에 오는 경우는 제외, 이를테면 히말라야 등반 중 갑자기 시작되는 경우라든지, 레저를 즐기는 중에 시작되는 경우- 자전거는 안장에 앉아 골반에 지속적인 압박과 경미한 충격을 가해가며 하는 운동이기에, 다른 것들과 구분되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보엘스-돌만 팀의 리지 아미스테드 같은 경우에는 "오히려 생리 중에 나쁜 기운이 몸 밖으로 빠져나가 운동의 효과가 두 배가 된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는데, 나는 이것이 리지에게 국한된 독특한 경우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많은 싸이클링 여성 선수들이 다른 운동선수들이 그러하듯 중요한 대회를 앞두고 생리를 늦추는 약을 먹거나, 미리 앞당기는 주사를 맞아 주기를 바꾼다고 한다. 전자와 후자 모두 해봤지만, 몸에는 정말 좋지 않다. 


사이클에 대해서 늘 유용한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흥미로운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사이트인 'Bicycling'에는 아예 'period(생리)'라는 조항으로 기사를 분류하고 있다. 이 사이트에서 중점으로 다루고 있는 'How to manage your period on a ride', 즉 '생리 중의 라이딩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컨트롤할 것인가'에 대한 기사 몇 줄을 종합하고 세분화시켜 번역해봤다. 


1. 패드의 선택: 패드의 경우, 생리 중의 라이딩에 있어서 패드의 선택은 절대적이다. 직접적으로 살에 맞닿는 패드의 경우, 안장 통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점은 있지만 생리 중에는 크게 권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생리 중에 패드 위로 피가 흐르게 되는 경우, 이는 빕 패드나 자전거 라이딩복의 특유 섬유와 합해져 위생적으로 좋지 못한 결과를 낼 수 있다. 장기 라이딩의 경우는 빕을 자주 갈아주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생리혈과 땀이 함께 융합되는 것은 세균에 감염될 수 있는 최적의 시나리오이기 때문이다. 


2. 탐폰의 적극적인 활용: 수많은 동호인 라이더들과 선수들은 탐폰을 사용한다. 그것은 자전거 복장의 특수성 때문이기도 한데, 탐폰은 라이딩 퍼포먼스의 효과를 '생리'라는 단어로부터 어느 정도 자유롭게 풀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추가적으로, 라이딩 중 탐폰을 사용할 때 마지막에 빠지는 끈은 살짝 집어넣어주는 것이 좋다. 생리혈의 흐름을 방지하고 세균 감염을 최소화해주기 때문이다. 가능하다면 장기 라이딩의 경우, 라이딩의 마지막에는 재빨리 새 것으로 갈아주는 것이 좋다. 체내에서 탐폰이 최소 5시간 이상 머물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오늘 난 12시간 넘게 이걸 착용하고 있었다... 결과는 피를 머금을 대로 머금은 탐폰이, 나중엔 피를 토해내는 지경까지 왔다) 하루 종일 탐폰을 라이딩 중에 사용한다면, 치명적인 세균에 감염될 수 있다. 


3. 생리 컵에 대한 고려: (이 부분은 국내에서 원활히 유통되지 않고 있고, 일부 산부인과에서는 이 생리 컵의 사용을 제한하나 소비자층에서는 이 산부인과의 판단-즉 생리 컵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없으면서 무턱대고 사용을 금하는 행위-에 대해 무지함의 책임을 지라는 입장표명을 하고 있다) 많은 라이더들이 생리 컵을 다량으로 구매하여 라이딩 때마다 사용하는 것은 이미 통계화되었다. 비단 라이딩뿐만 아니라, 수영 등 중력을 거스르거나 골반의 수직 움직임이 다소 많은 운동의 경우 이는 유효하지 않으나, 라이딩에서의 생리 컵은 그 처리와 위생에 있어 굉장한 장점을 가져다준다. 탐폰보다 생리 컵을 추천하는 이유는 위와 같은 효과 외에, 생리 중에 중력에 의해 밖으로 떨어지는 다양한 좋지 못한 물질들을 깔끔하게 컵에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박테리아 감염을 걱정할 필요도 없고, 환경에도 좋다.


4. 중, 저강도의 운동을 반복: 생리 중의 라이딩은 일반적으로 고강도로 두 시간 이상이 되면 몸에 무리가 갈 수 있다. 혈액순환을 촉진시키거나 복부 팽창을 줄이는 등 일시적인 장점을 낳을 수는 있지만, 자신의 최대 심박을 판단해 그 심박의 최고치가 주기적으로 찍히게 되는 라이딩일 경우, 이를 피하는 것이 좋다. 이를테면 장거리의 라이딩이거나 단거리이지만 고강도의 업/다운힐이 존재하는 라이딩의 경우, 바람직하지 않다. 생리 중에는 본인의 평소 라이딩 스타일을 계산하여, 그에 크게 위배되지 않는, 이를테면 숨이 적당히 가빠오는 라이딩을 택하는 것이 좋다. 


5. 젖산 분해가 늦어짐을 고려: 강도 높은 라이딩을 함으로 인해 생기는 젖산-대체로 모든 운동도 마찬가지-에 대해, 생리 중에는 이 젖산의 분해가 늦어진다는 사실을 모르는 여성이 많다. 때문에 자연스럽게 가장 많이 사용되는 다리 근육의 경우, 쉽게 뭉치고 피로해지거나 쥐가 남을 경험하는 라이더들도 적지 않다. 통증 해소를 위해 수시로 스트레칭을 해주고 전해질 음료를 많이 섭취하는 것도 방편이 될 수 있겠으나, 역시 장거리 라이딩은 피하는 것이 가장 좋다. 젖산의 분해가 늦어지면 그만큼 퍼포먼스에 대한 제약이 따르므로, 특정 라이더의 경우 탈진상태(봉크/봉킹)가 평소 시기보다 빨라짐을 고려해야 한다. 체내 근지구력을 일시적으로 증진시키기 위해 에너지 젤 등의 고탄수화물을 섭취하는 것도 어느 정도 도움은 되지만, 이러한 체내 젖산 분비를 촉진시켜주지 못한다. 생리 중에는 체내에서 수분을 집약시키는 특징이 있으므로, 가능한 한 장거리 라이딩은 피하고 수시로 스트레칭을 해주거나 휴식을 해주는 것이 가장 좋다. 



생리 컵 외에 다른 것들을 시도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퍼포먼스의 저하- 생리 중의 라이딩이 체내에 어떤 특이점을 주는지에 대해서는 무지했기 때문에 조금 더 연구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배란일 때부터 단백질을 많이 먹어주면 생리 중 운동에 대한 효과가 생리 후의 그것과 거의 일치하거나, 생리통이 없다는 이야기도 있긴 하지만 이것도 개개인마다 매우 다르게 작용하는 것 같다. 특히나 라이딩의 경우, 평소 쌓아둔 근력이 '생리'라는 최대의 적을 만났을 때 어떻게 발현되는지를 나 스스로 경험을 통해 정리해두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 정보는 앞으로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하면 좋겠다. 자궁의 기능이 상실되지 않는 한 적어도 50대까지는 매 달 생리에 시달릴 테고, 운동을 무척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 제약을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거의 20년의 세월 동안 겪으면서도 적응이 되지 않는 부분이다. 기초체력이 바닥인 상태와 기초체력이 평균 이상 인 상태를 비교하였을 때 차이가 생기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매월 이 지대한 불편함으로 인해 내 라이딩 계획에 차질이 생기는 것은 기초체력과 상관없이 좀 피하고 싶은 부분 중 하나다. 앞으로 이를 토대로 세계 여성 사이클 선수들의 사례를 좀 더 찾아보고 옮겨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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